"감당 못할 만큼 아이 낳아라"…MAGA 여성대회, 정치 대신 결혼·출산 외쳤다

기사등록 2026/06/12 19:18:57

터닝포인트USA 여성대회에 3000명 참석

"페미니즘은 결혼을 함정, 모성을 짐으로 만든다"

MAGA 모자는 사라지고 기독교·가족주의 전면에

[글렌데일=AP/뉴시스] 21일(현지 시간) 미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 추모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커크가 창립한 우익 단체 '터닝 포인트 USA' 손팻말을 들고 있다. 커크는 지난 10일 유타 밸리 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연설 도중 총격으로 사망했으며 그의 죽음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연대를 결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5.09.22.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의 여성 리더십 행사의 무게중심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보다 결혼과 출산, 기독교적 여성상 쪽으로 옮겨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USA 여성 리더십 대회에 여성 약 3000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이 행사는 지난해 암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가 구상한 연례 행사다. 그는 대학 캠퍼스와 대중문화에 페미니즘이 만연했다고 보고, 보수적 가치로 이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행사는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가 전면에 섰다. 과거 남편의 보수 운동을 보조하던 그는 남편 사후 그가 구축한 보수 진영을 이끄는 인물로 부상했다.

행사 도중 한 항의자가 연설을 끊고 고성을 지르자 에리카 커크는 “세상에 속한 여성이 될 수도,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여성이 될 수도 있다”고 맞받았다. 그는 항의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길 기도하겠다며 “영원은 길다”고 말했고,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에리카 커크는 페미니즘이 여성에게 “여성성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들을 거부하라”고 가르친다고 비판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모성을 “부담”으로, 결혼을 “함정”으로, 남성을 “적”으로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피닉스=AP/뉴시스]피살된 보수 청년활동가 찰리 커크의 부인 에리카 커크가 18일(현지시각) 미 보수활동 단체 터닝포인트 USA 연례 개막식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오는 2028년 대선에서 JD 밴스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겠다고 선언했다. 2025.12.20.
그는 “세상은 당신의 삶이 당신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당신의 삶은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다”고 말했다. 올해 행사에서 반복된 구호도 찰리 커크가 남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는 말이었다.

행사 분위기는 과거와 달랐다. 이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대법관 지명이나 보수 정치인 연설이 중심이었지만, 올해는 정치 쟁점보다 가족과 신앙, 출산이 전면에 섰다. 찰리 커크가 남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아이를 낳으라”는 말은 행사장 곳곳에서 반복됐다.

샌안토니오 도심 메리어트 호텔 행사장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을 상징하는 마가(MAGA) 모자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의 머리에도, 전시장 판매대에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언급도 많지 않았고, 중간선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예쁜 여자들은 사회주의자에게 투표하지 않는다”고 적힌 배지 정도였다.

전시장에는 ‘건강한 미국을 되찾자’는 뜻의 ‘메이크 아메리카 헬시 어게인’ 흐름에 맞춘 보수 성향 가정용 상품들이 진열됐다. 소기름 핸드크림, 동물 내장으로 만든 양념, 복음서 기반 어린이책, 집에서 밀을 갈아 밀가루를 만드는 기계 등이 판매됐다.

이런 분위기에는 대기업에 대한 반감도 섞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대기업이 여성에게 모성보다 경력 경쟁을 우선하도록 압박한다고 봤다. 일부는 대형 농업기업과 제약회사가 식품과 몸을 해친다고 주장했고, “빅테크에는 영혼이 없다”, “농지를 데이터센터로 만들지 말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라는 문구가 새겨진 모자를 쓴 고객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캘리포니아주의 한 레스트랑 업주가 결국 공개 사과했다.< AP 자료사진 > 2019.02.01
참석자 상당수는 이 행사를 보수 신앙과 가치관을 드러내도 되는 안전한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대학이나 직장에서 보수적 생각을 말하기 어렵다고 느낀 여성들에게 이곳은 일종의 피난처가 됐다.

무대에는 전통적 아내상을 뜻하는 ‘트래드와이프’ 인플루언서 서배나 페이스 스톤도 올랐다. 그는 18세에 결혼한 자신의 삶을 “급진적 개인주의의 확산에 맞선 반란”이라고 설명했다. 스톤은 남편이 가정의 머리라고 믿는다는 이유로 극단주의자라 불리고, 남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잘 보이려 한다는 뜻의 ‘픽미’로 조롱받고, 페미니즘을 심리전으로 본다는 이유로 여성혐오자라 불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을 다독이는 메시지도 나왔다. 터닝포인트USA의 인기 팟캐스트 진행자 알렉스 클라크는 “당신의 결혼 여부는 하나님이 당신 삶을 평가하는 성적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래의 배우자를 찾기 전에 “당신은 당신과 결혼하고 싶겠는가”라고 스스로 물어야 한다며 자기계발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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