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레오 14세 교황은 11일(현지시간) 이주민들의 처지에 무관심한 유럽 각국 정부를 비판했다.
바티칸뉴스와 폴리티코 유럽 등에 따르면 레오 14세는 이날 스페인령 그란카나리아섬 아르기네긴항에서 이주민들과 이들을 구조·동행하는 단체들을 만났다.
이르기네긴항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아프리카 이주민 수천명이 충분한 음식과 쉼터도 없이 부두에 사실상 감금돼 '수치의 항구'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레오 14세는 "삶을 찾기 위해 죽음까지 감수하는 이들에게 더 큰 연민을 보여 달라"며 "단지 입국 인원을 관리하고 숫자를 나눠 발표하고, 국경을 더 단단히 걸어 잠그고, 사람이 죽고 난 뒤에야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민을 향해 "여러분은 숫자나 서류철 속 한 장이 아니다. 가족과 집을 뒤로하고 떠나온 사람들이다. 누구도 함부로 깎아내릴 수 없는 꿈을 지닌 이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이 입으로는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고 말하면서도 지중해와 대서양이 이름 없는 무덤이 되어버린 현실에 익숙해지고 있다"며 "인간의 존엄에는 여권이란 것이 없고, 국경을 건넜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주 정책은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 존중 위에 서야 한다"며 "합법적이고 안전한 이주 통로 마련,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밀입국 알선 조직을 겨냥한 국제 공조, 이주민 수용과 사회 통합을 위한 의미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도 촉구했다.
레오 14세의 발언은 유럽연합(EU)의 ‘이주 및 망명 협약’ 개편안 발효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 개편안은 EU의 외부 국경 관리를 강화하고 난민 신청이 거부된 이들을 EU 밖에 설치된 수용 허브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레오 교황과 동행해 두 사람이 이주민 친화 정책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중도좌파 성향인 산체스 내각은 지난 4월 50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합법 체류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 복지와 공공 서비스를 스페인 시민에게 우선 배분하자는 중도우파 국민당과 극우정당 복스의 반대에 부딪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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