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16~24세 니트족 약 100만명…"첫 일자리 문턱부터 막혔다"
1파운드 냉동식품·2000번 지원·무응답…구직 포기 내몰린 청년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일하지 않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 이른바 ‘니트족’이 영국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장기 구직난에 빠진 청년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영국의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16~24세 니트족은 약 100만명에 달하며, 시급한 정부 대책이 없으면 2030년대 초 125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영국에서 1년 이상 실업 상태인 16~24세 청년은 8만2000명이다. 영국 워링턴에 사는 24세 토머스도 그중 한 명이다.
토머스가 정기적으로 하는 외출은 일주일에 한 번 냉동식품 매장에 가는 일이다. 그는 1파운드(약 2000원)짜리 냉동식품 7개를 사 오며 한 주 식사를 해결한다. 계산원이 “하루에 하나씩 먹으려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아 수치스럽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311파운드(약 63만6000원)의 유니버설크레딧을 받는다. 유니버설크레딧은 영국의 저소득층·실업자 대상 통합 복지급여다. 고지서와 반려견 사료비를 내고 나면 한 달에 남는 돈은 약 25파운드(약 5만1000원)뿐이다.
이따금 형식적인 거절 이메일만 돌아왔고, 대부분의 지원에는 아무런 답도 없었다. 직접 이력서를 돌리고, 카메라 앞 자기소개와 QR코드만 붙은 무인 부스뿐인 취업박람회까지 거쳤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실업이 길어지면서 친구들과의 만남도 끊겼고, 그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그의 진학과 구직 준비에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으로 대학 진학 계획이 바뀌었고, 운전면허 준비도 중단됐다. 지금은 운전 강습비를 낼 형편도 안 된다. 운전면허가 없다는 사실은 술집 일자리 지원에도 걸림돌이 됐다.
구직난은 명문대 졸업생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24세 한나는 옥스퍼드대에서 어문계열 학위를 받고 2024년 여름 졸업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공무원을 꿈꿨던 한나는 공공부문 일자리에 지원했다. 성과가 없자 자신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에 지원했다. 한 연구기관의 런던 일자리에서는 최종 후보 2명까지 올랐지만, 결국 15년 더 경력이 많은 지원자에게 밀렸다.
구직 상담에서는 기대를 낮추고 꿈의 직장 대신 어떤 일이든 지원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기대를 낮춰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한나는 한 달에 316파운드(약 64만6000원)의 유니버설크레딧을 받는다. 교사인 어머니가 가능한 범위에서 돕고 있지만, 주변 친구들도 모두 막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실제로 청년들이 처음 들어가는 초급 일자리는 줄고 있다. 구직 사이트 애드주나 조사에 따르면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영국의 신규 초급 일자리는 거의 3분의 1 감소했다.
AI를 도입한 기업들은 청년층이 맡던 기초 업무를 줄이고 있다. 데번 지역의 디지털 마케팅 회사 프라이어리티 픽셀스는 과거 해마다 견습직 1~2명을 뽑았지만, 18개월 전부터 AI를 도입한 뒤 더 이상 견습직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를 활용해 견습직원이 맡던 반복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회사 측은 AI가 현재 일하는 숙련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다음 세대의 업계 진입로를 좁힐 수 있다고 인정했다.
청년 실업의 장벽은 AI만이 아니다. 영국의 청년 고용 보고서는 교통과 주거 문제도 청년들이 일자리로 가는 길을 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에서는 근무시간과 대중교통 시간이 맞지 않고, 주거 불안은 청년들을 노숙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비 위기, 코로나19의 후유증, AI 확산, 교통·주거 장벽이 겹치면서 청년들이 첫 일자리로 가는 사다리가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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