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침공 뒤 4년3개월 넘어…제1차 세계대전 기간 추월
평화협상 교착 속 우크라 국민 절반가량 "내년 전 종전 어려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1차 세계대전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실제 기간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잔혹한 보병 돌격과 막대한 사상자, 참호전 양상 때문에 종종 제1차 세계대전과 비교돼 왔다. 그러나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이어진 제1차 세계대전보다 이 전쟁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수도 키이우가 며칠 안에 함락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밀어냈고, 전쟁은 이후 장기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복무한 이력 때문에 ‘프랑스’라는 호출부호를 쓰는 한 우크라이나 병사는 “2~3년 정도 지나면 정치인들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전쟁은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 절반가량은 전쟁이 내년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6년간 이어진 제2차 세계대전의 기간에도 다가서게 된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유럽사에서 가장 중대한 전쟁 가운데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흐리차크는 이 전쟁이 유럽의 지정학을 바꾸고 군사동맹 재편과 방위력 증강을 촉발했다고 평가했다.
전쟁의 양상도 크게 바뀌었다. 100여 년 전 제1차 세계대전에서는 항공기와 전차가 전장에 등장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공중·해상·지상 드론이 감시와 타격 방식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프랑스군 대령 출신 군사사학자 미셸 고야는 “여러 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1차 세계대전과 가장 닮은 전쟁”이라고 말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전장의 인간에게는 전쟁이 더 잔혹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전쟁은 초반부터 닮았다. 1914년 독일은 빠른 승리를 노리고 파리로 진격했다. 2022년 러시아군도 키이우를 향해 빠르게 진격했다. 두 경우 모두 목표에 근접했지만 결국 밀려났다.
하지만 드론의 등장은 참호전의 계산법을 다시 바꿨다. 넓게 이어진 참호망은 드론 감시와 정밀타격 앞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됐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이제 더 작고 더 깊은 엄폐 공간을 찾는다. 여러 명이 머무는 넓은 참호 대신 소수 병사만 들어가는 깊은 벙커가 늘었다. 호출부호 ‘프랑스’인 병사는 “이런 환경에서는 땅을 파는 사람이 더 오래 살아남고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면서 양측 참호 사이 전선은 수㎞ 폭의 ‘살상지대’로 바뀌었다. 이 구역에서는 작은 움직임도 곧바로 드론의 표적이 된다.
100년 전처럼 대규모 병력이 한꺼번에 돌격하는 장면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병사 1~2명이 소규모로 움직이는 공격이 일반화되고 있다. 한때 전장의 공포였던 전차도 차체가 커 드론의 표적이 되기 쉬운 탓에 사용이 크게 줄었다.
이제 핵심은 어느 쪽이 이 교착을 깰 수 있느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석유시설을 드론으로 타격해 전쟁자금 조달 능력을 약화하려 한다. 동시에 소형 공격 드론을 대규모로 투입해 러시아군에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을 주려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흐리차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이것은 드론이 붙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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