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를 매달 내는 월세는 외국에선 정착된 지 오래다.
반면 한국에서는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전세가 보편화되면서 월세는 주류에서 밀려났다. 연 20%대 고금리 상황에서 목돈을 은행에 맡기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전세금으로 건축비를 조달해 주택을 짓고 세를 놓은 뒤 시세차익을 얻는 재테크 광풍도 불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저금리가 지속되고 집값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수익 보전과 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월세를 선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임대차 거래의 45.0% 수준이던 월세 비중은 2012년(50.5%) 전세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고 2014년에는 55.0%까지 치솟았다.
통계를 월세와 반전세(준월세·준전세)로 세분화하고 표본 수 및 조사 지역이 확대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당시 월세가격 동향조사는 매매와 전세에 비해 표본 수가 부족한데다 조사 지역이 8개 시도로 한정돼 시장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모든 월세를 순수월세로 전환해 생산한 탓에 다양한 월세 유형을 반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최근 3~4년 새 전세는 더 빠르게 위축되는 추세다. 2022년 속칭 빌라왕 사태로 전세가 '언제든 돈을 떼일 수 있는' 고위험 계약으로 인식돼 기피 대상이 됐다. 여기에 갭투자(전세 낀 매매) 차단과 고금리 부담,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신규 주택 공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올 1~4월 월세 거래 비중은 전국 68.5%, 서울 70.0%를 기록했을 정도다.
전세가 빠진 자리를 반전세가 메우는 흐름도 뚜렷하다. 연립·다세대 실거래 기준 4월 전세 비중은 38.5%로 지난해(42.1%)보다 낮아졌지만 반전세 비중은 52.5%에서 54.9%로 확대됐다.
가격도 오름세다.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4월 101.22로 올해 들어 1.22% 상승했다. 전국(0.62%)과 수도권(0.79%) 상승률을 웃돌았다.
최근의 전세 축소를 임대차 시장의 일시적 경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월세화가 구조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읽어낼 통계가 촘촘하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통계는 건설·인허가·착공·분양 등 공급 지표이고, 국가공인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월간동향조사를 통해 월세 가격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부동산R114, 호갱노노, 아실 등 민간 플랫폼에서도 월세 통계가 제공되고 있지만 집계 대상과 방법이 제각각이다.
주택 정책을 수립하려면 정확한 통계가 수반돼야 한다. 월세 시대에 맞춰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지표 개발을 통해 변화하는 시장을 적시에 파악해야 할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화의 첫걸음은 '상세한 데이터'와 '디테일한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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