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이야기란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모아 말이 되게 만드는 일이다. 인생이란 말이 되던 것들도 말이 안 되게 돌변하는 곳이다. 스토리텔링은 우주의 진실이 무의미에 있다는 것을 훔쳐보게 된 인간이 만들어 낸 연약하고도 유일한 방패다."(203~204쪽)
소설가 문지혁이 신작 '실전 한국어'(민음사)에서 던지는 질문이다. 실제 자신과 같은 이름의 소설가이자 한국어 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는 이번 작품에서 이야기가 삶을 설명할 수 있는지, 인간은 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지를 탐구한다.
'실전 한국어'는 2020년 '초급 한국어', 2023년 '중급 한국어'에 이은 '한국어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주인공은 소설을 쓰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지혁'이다. 실제로 미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있지만, 작품은 어디까지나 또 다른 세계를 그린 허구다.
소설 속 문지혁은 두 개의 석사 학위와 영어 강의 경력, 다수의 출판 경험을 갖춘 인물이다. 하지만 대학 전임교수 임용도, 소설가로서의 인정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순리에 따라 살라고들 하지만, 세상만사가 순리대로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말하자면 강사를 오래 한다고 그 대학에서 전임 교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16쪽)
K대학 임용에 실패한 그는 구청 문화강좌 '나도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뽀개기'의 강사를 맡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수강생 '막걸리 아저씨'는 문지혁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선생님, 난 그래서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이야기로 만들면 다 말이 되잖아? 근데 그게 맞아요? 이 세상엔 말 안 되는 얘기들투성이 아뇨?"(203쪽)
작품은 이 질문을 따라가며 이야기의 질서와 삶의 우연성이 충돌하는 순간들을 응시한다.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인간이 왜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에 기대 살아가는지를 사유한다.
책 곳곳에는 실패와 좌절,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문지혁 특유의 유머와 자기 성찰이 녹아 있다.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우리의 앎과 이해가 무너지는 그 자리에서만 열리는 남다른 배움의 영역이 있다"며 "끝말잇기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말이 끝났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끝이 곧바로 또 다른 말의 시작이 된다는 점"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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