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박보영, 좋은 배우란 말로 부족한 사람"
"취향 많이 담겨…소품에도 이유 물었죠"
"시즌2 생각만 해 봐…하면 다른 이야기"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박보영 배우가 걸어온 길을 보면 '골드랜드'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거에요. 여성 캐릭터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두려움도 있었을 텐데 용기를 내줘서 고맙죠."
김성훈 감독은 2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시리즈 '골드랜드' 종영 인터뷰에서 주인공 '김희주' 역을 맡은 박보영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이같이 전했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금괴를 손에 넣은 김희주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장르물이다.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2012) '공조'(2017) '창궐'(2018) '나혼자 프린스'(2025) 드라마 '수사반장 1958'(2024) '찌질의 역사'(2025)를 통해 다양한 장르에서 밀도 높은 서사를 선보인 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1500억원 규모 금괴 밀수 사건을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김 감독은 종영 소감에 대해 "처음으로 작품을 마치고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 '골드랜드'가 마음속에 남아 있어 다음 작품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기존에 밝고 선한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박보영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됐다. 박보영은 이 작품을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금괴를 손에 넣고 욕망에 잠식되는 세관원 김희주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 감독은 박보영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보영은 좋은 배우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 저보다 한참 어리지만 훨씬 철이 들었고 좋은 사람"이라며 "작품을 하면서 '이 배역을 이 사람이 맡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고맙다는 마음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박보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가장 욕망에 취약한 얼굴을 찾았다"며 "절대 남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을 사람,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희주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과 다르다. 요즘 시청자분들이 '사이다'를 원하시는데, 사이다는 결론에 대한 평가다. 이야기라는 건 결론까지 가는 과정이 있는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며 "'사이다 대신 다른 재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가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마지막 엔딩을 꼽았다. 그는 "희주의 엔딩 장면을 위해 달려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절대 도망갈 수 없고, 욕망 앞에서 끝까지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중요한 장면인 만큼 시간을 많이 잡아뒀는데 첫 테이크에 끝이 났다. 대충 하는 것 처럼 보일까 봐 세 번을 촬영을 했는데, 결국 첫 테이크를 썼다. 그만큼 박보영이 희주로 살아갔던 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번은 분식차가 왔는데 박보영이 조금 떴다. 옥수수가 눈에 보여 장난 반으로 '옥수수가 생각보다 칼로리가 높은 건 아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보통 먹는데 박보영은 딱 끊었다"며 "한때 다시 태어나면 박보영 아빠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딸이 말도 잘 듣고 돈도 잘 벌고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광기 어린 악역을 소화한 이광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이광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고 가지고 있는 재능 좋아한다"며 "남은 작품을 같이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제 취향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배경, 소품에도 모두 이유를 담을 만큼 세세한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전당사에 나오는 가구, 금고 등 하나의 텍스처까지 그냥 한 건 하나도 없다. 미술팀이 4~5번 이상 수정했다. 전당사에 맡기는 모든 물건에도 이유를 물었다"며 "제가 화를 내는 스타일은 아닌데 스태프들이 오히려 그랬으면 하고 바랐을 수도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금괴를 향한 욕망을 사실감 있게 표현한 김 감독도 욕망하는 것이 있을까. 그는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욕망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요새 갖고 있는 가장 큰 욕망은 다양성이다. 작품의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저도 만드는 사람이기 이전에 관객이다. 몇 년 전부터 제가 볼 수 있는 선택이 좁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청자분들을 설득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다"고 했다.
작품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면서 시즌2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준비는 하지 않았다. 생각만 해봤다"면서도 "시즌2를 한다면 희주가 조금 더 누린 다음에 위기가 왔으면 한다. 가진 사람이 더 가지려고 하지 않나.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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