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연초 대비 국고채 금리 상승폭, 美보다 훨씬 가팔라
반도체 호황·물가 압력·확장재정 겹치며 장기금리 급등
금리 오르면 기업·가계 이자부담 덩달아↑…내수 충격
K자 회복 속에 비반도체 제조업·자영업 부담 가중
특히 인공지능(AI)·반도체 중심의 성장세 속에 비반도체 제조업과 내수 업종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장기금리 상승까지 겹치며 'K자형 회복'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서울 채권시장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22일 연 3.736%로 장을 마치며 연초(연 2.935%) 대비 80.1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한달 전(연 3.365%)과 비교해도 37.1bp 오른 수준이다.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장중 연 3.78%까지 올라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통상 3년물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시장이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거나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반영할수록 3년물 금리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률·물가·재정 전망 등을 반영하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연초(연 3.386%) 대비 78.8bp 오른 연 4.174%로 장을 마감했다.
초장기물인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연 4.152%, 연 3.998%를 기록해, 연초(연 3.255%, 연 3.156%)와 비교해 각각 89.7bp, 84.2bp 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 한국 국고채 금리 상승 속도는 미국보다 훨씬 가팔랐다.
미국 3년물 금리가 연초 대비 17.7% 오르는 동안 한국은 27.3% 뛰었다. 10년물 금리도 미국은 8.8% 상승했는데 한국은 23.3% 급등했다. 30년물 역시 미국은 4.3%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한국은 27.6% 올랐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표한 '한국 장기(10년물) 금리: 성장, 물가 및 재정 스토리 모두 작용' 보고서에서 "AI 수요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 지속과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으로 명목 성장률 기대가 높아진 데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국고채 발행 부담 우려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고채는 시장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아 회사채와 은행채, 주택담보대출 등 시중금리 전반의 기준 역할을 한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결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 전반의 자금조달 비용이 함께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 더 높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고 가계는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업계,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고금리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p)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차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6만3000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금리가 0.50%p 오르면 1인당 추가 이자 부담은 32만7000원까지 확대된다.
문제는 최근 성장세가 AI·반도체 중심으로 집중되는 'K자형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과 내수 업종은 여전히 고금리·고환율 부담과 수요 둔화 압박을 받고 있어 장기금리 상승 충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0일 게재한 '최근 반도체와 반도체 이외 제조업의 경기양극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5.9%로 지난해 평균(24.2%)보다 11.7%포인트(p) 확대됐다.
그러나 반도체 외 제조업 비중은 같은 기간 64.1%로 축소됐다. 고환율과 금리 부담, 글로벌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 부문과는 상반된 흐름을 보인 것이다.
예정처는 "제조업 경기의 외견상 호조는 반도체 단일 부문의 사이클에 크게 의존하는 모습"이라며 "국내 제조업 경기는 반도체 경기 호황과 이외 업종의 정체 속에서 소위 'K자형' 양극화 경기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K자형 회복' 구조 속에서 장기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비반도체 제조업과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경기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채금리 상승은 단순히 채권시장 문제에 그치지 않고 기업 대출금리와 가계 이자 부담 전반을 끌어올리게 된다"며 "특히 경기 회복의 온기가 일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된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내수와 비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은 경기 과열에 따른 정상적인 금리 상승이라기보다 물가와 재정 부담, 국채 공급 우려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성격이 강하다"며 "경기 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금리만 빠르게 오를 경우 소비와 투자 위축, 취약차주 부실 위험이 동시에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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