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 집권 후 핵실험 제재 北 첫 방문, 북미 밀착 견제
전승 80년 톈안먼 북중러 정상 참여 후의 3각 동맹 가속화 속 추진
중·러 뒷배 업은 북한, 남북 관계 등에서 어떤 태도 보일지 주목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빠르면 다음 주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와 분석이 나오면서 ‘왜 지금’이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20일 시 주석이 다음 주 초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한국 정부 소식통은 “시 주석 방북 의제 조율을 위해 중국 실무진이 북한을 다녀갔다는 설도 파다하다”고 관측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말 또는 다음달 초 시 주석의 방북이 예상된다.
◆ 시 주석, 집권 후 두 번째이자 7년만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하면 총서기와 국가주석으로 최고 지도자가 된 뒤 2번째이자 2019년 6월 이후 7년만이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총서기 선임 이후 북한과의 관계는 냉랭했다.
북한이 시 총서기 선출 이전 두 차례 핵실험을 해온데다 그의 국가주석 선출을 한 달 남짓 앞둔 2013년 2월에도 3차 핵실험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가 된 뒤 7년여만인 2019년 6월 북한을 처음으로 방문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북한과의 관계가 급변했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과 그해 첫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해에만 3차례 중국을 찾았다.
시 주석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 껴안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2019년 2월 김정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 참석하자 그해 6월 북한 방문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한의 6차례에 걸친 핵실험에 대해 제재 결의안에 동참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미가 밀착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과 방어를 위해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북한 방문에 나섰다.
◆ 톈안먼 열병식으로 북중러 3각 동맹 본격화 후의 2차 방중 추진
시 주석이 다시 북한을 방문하려는 최근 정세는 7년 전과는 상전벽해다.
북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맞은 올해 지난달 9일부터 10일까지 왕이 외교부장이 201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왕 부장은 최선희 외교부장뿐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난 것도 이례적이다.
왕 부장의 방중은 최근 급속히 진전되어온 양국 관계에서 시 주석의 방북을 위한 사전 조율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3일 톈안먼 성루에 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2차 대전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지켜봤다.
올해 들어 북중 간에는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중단된 베이징∼평양간 직통열차와 여객기 운항이 재개됐다.
20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 성명에는 미국 등의 북한의 위협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들어갔다.
두만강을 통한 중국의 바다길 전출에 대한 협의와 광역두만강개발(GTI) 재개에 대한 구상도 성명에 담겼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던 신압록강 대교의 북한측 구간의 세관 건설 공사 등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안에 개통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中, 미러 이어 북한까지 영향력 확보 마무리
시 주석의 2차 북한 방문 추진은 북중은 물론 북중러 3국간의 교류 협력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시 주석은 최근 1주일도 안되는 기간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을 모두 베이징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세계 외교의 중심축’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중국을 찾았다.
푸틴 대통령 역시 올해로 4년을 훌쩍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차 대전 전승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났던 푸틴은 불과 8개월 만에 만나는 시 주석에게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까지 꺼내 반가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이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4개국과 주요 7개국(G7)의 일본과 이탈리아를 뺀 5개국 정상이 모두 베이징을 찾아 ‘신 조공체제’에 들어섰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중국이 동북아 정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가장 핵심 요소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다.
시 주석이 핵무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도록 허용하고, 자신도 서둘러 북한을 간 것도 북한이 가지는 비중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 주석이 북한 방문을 통해 북중러 동맹을 강화하는 것은 1차 방북 때의 ‘방어’적인 상황과 비교하면 미국이나 한미일 등에 대한 공세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병력을 파견하고 포탄 등을 공급하면서 북러가 급속히 밀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방어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시 주석의 방북 목표가 정확히 무엇이든 북중, 북중러가 밀착도를 높여가는 형세가 남북 관계 등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다.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의 방북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두 강대국을 뒷배로 삼아 보다 공세적인 입장을 나타낼지 주목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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