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장터 1월 디카 거래건수 전년대비 36% 증가
주 구매층은 20대 여성, 판매 비율은 50대가 1위
주부 이모(54)씨는 지난 12일 리커머스 플랫폼 번개장터에 20년 된 캐논 '익서스' 모델을 매물로 올렸다. 업로드와 동시에 제품 문의가 빗발쳤다. 이씨의 디지털카메라(디카)가 20대 대학생이라는 새 주인을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채 10분이 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AI)으로 보정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 했던 '저화질 디카'가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번개장터 내 디카 거래건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5% 늘었다. 디카 전용 스트랩이나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를 동반 구매하는 비율 역시 1년 새 두 배 이상(6.5%→13.5%) 뛰었다.
트렌드의 중심에는 20대 여성이 있다. 번개장터 데이터 분석 결과 20대 여성은 전체 구매자의 22.6%를 차지하며 단일 그룹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캐논 익서스 시리즈는 최근 12개월 평균 거래가가 1년 전보다 39.6% 폭등했다. 빈티지의 대명사인 니콘 쿨픽스 S01 역시 평균 30만원대 초반에 거래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20대 여성들이 아날로그 감성을 위해 지갑을 연다면, 4050세대는 이들에게 매물을 공급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50대 이상 판매 비율은 29.1%로 전 연령대 중 1위로 집계됐다.
과거 디카 전성기를 주도했던 이들이 집안 구석에 묵혀뒀던 기기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부모 세대가 20대에게 물건을 넘기는 '세대 교차 거래' 비중도 매년 꾸준히 상승해 올해 10%를 돌파했다.
자녀에게 새로운 경험을 심어주기 위해 디카를 찾는 학부모들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3040 학부모들의 '키즈 디카' 구매 비중은 1년 새 42.2%에서 53.8%로 껑충 뛰었다.
초등학생 딸에게 키즈 디카를 선물했다는 김모(39)씨는 "아이가 직접 셔터를 누르며 세상을 관찰하는 재미를 알려주려는 부모들의 수요가 많다"며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처음 사주셨던 카메라가 떠올라 묘한 동질감도 느꼈다"고 전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디카 열풍이 처음에는 특정 세대의 복고풍 유행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가족 트렌드'로 확장됐다"며 "스마트폰의 매끈한 결과물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아날로그의 불완전함을 찾으면서 디카가 세대 간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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