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해저 케이블 사용료 부과 구상 제기
글로벌 인터넷망 압박 가능성…전문가들 "현실성 낮아"
케이블 절단 시 걸프 지역 타격…세계망 영향은 제한적
이란 국영 매체들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해저 인터넷 케이블에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제 통신망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 반관영 매체인 타스님과 파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성명을 통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위치를 활용해 미국 기술기업들에 해저 케이블 이용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사업이 연간 수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르무즈 해협 해저에는 최소 7개의 주요 해저 케이블이 지나가고 있으며, 일부는 걸프 국가들의 인공지능(AI) 산업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인 만큼, 해저 케이블은 단순한 통신망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가디언에 따르면 IRGC가 제시한 구상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외국 기업들에 해저 케이블 사용료를 부과하고, 메타·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이란 법률에 따라 사업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또 해저 케이블 유지·보수 사업을 이란이 독점적으로 수행해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란은 이러한 조치의 법적 근거로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34조를 들고 있다. 해협 해저 일부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국제 인터넷 전문가들과 업계는 실제 시행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 분석업체 켄틱의 더그 매도리 연구원은 가디언에 "문제의 케이블 대부분은 이란 영토에 접속하지 않고 해안에서 떨어진 해저를 통과한다"며 "실질적으로 사용료를 강제할 방법은 협박 외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도 특정 기업의 인터넷 트래픽만 구분해 과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대이란 제재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도 커 국제 기업들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해저 케이블 자체를 공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발트해와 홍해에서 잇따른 해저 케이블 손상 사건 이후, 해저 인프라가 미래 전쟁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실제 케이블 절단 가능성 역시 제한적이라고 본다. 매도리 연구원은 "케이블 절단은 사실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며 "이란은 은밀한 심해 절단 기술을 보유하지 않았고, 미국의 감시 속에서 공개적으로 행동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전 세계 해저 케이블 손상의 상당수는 선박 닻이나 어업 활동에 따른 사고로 발생한다. 케이블 절단 자체는 흔한 일이며, 전 세계적으로 수리선들이 상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케이블이 끊길 경우 가장 큰 타격은 걸프 지역 국가들이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글로벌 인터넷 전체가 마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케이블들이 주로 걸프 국가 간 연결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이 수리선 접근을 위협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복구 작업이 장기간 지연되면 중동 지역 인터넷 장애와 데이터 흐름 차질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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