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금융감독원, 퇴직연금 장수리스크 대응 세미나
지난해 수급 개시자 60.1만명 중 50.2만명이 일시금 수령
연금 수급자 82%는 10년 이하 선택…20년 초과 2.3% 그쳐
"담보대출 활성화 등으로 55세까지 적립금 유지 유도해야"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지난해 퇴직연금을 수급개시한 10명 중 8명 이상이 이를 일시금 형태로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일시금 인출을 지양해 안정적인 노후 소득으로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연금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의 장수리스크 대응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장수리스크' 에대응해 퇴직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으로 기능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수리스크는 은퇴 후 예상보다 오래 생존하면서 노후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는 경제적 위험을 뜻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퇴직연금을 수급 개시한 60만1000명 중 50만2000명(83.5%)이 이를 일시금으로 수령했다. 연금 형태로 수령한 인원은 9만9000명(16.5%)에 불과했다.
연금 수급자 중에서도 17.5%는 수령 기간으로 5년 이하를 선택했고, 64.3%는 5년 초과 10년 이하를 선택했다. 전체 연금 수급자의 약 82%가 10년 이하 단기 연금을 선택한 셈이다. 20년 초과를 선택한 비율은 2.3%에 불과했다.
여전히 다수의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목돈' 또는 단기 자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시금 수령 또는 단기 연금 선택이 일반화되면 노후 기간 동안 안정적인 소득 흐름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퇴직연금이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우선 은퇴 이전 단계에서 조기 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직 과정 등에서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해지해 일시금 형태로 인출하는것을 지양하고, 담보대출 등 대체수단 활용을 통해 연금 수령 시점인 55세까지 적립금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환 동아대 교수는 "적립금 담보대출을 활성화하는 등 가능한 장기간 가입자가 퇴직연금제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탁형 가입자의 연금 수령 기간을 장기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현재 신탁형 계약은 종신연금이 생존기간에 따라 적립금 전액 반환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입이 제한되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연금 수령기간을 최대 20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사망 시 잔여 적립금을 반환하는 구조의 종신연금 상품 개발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일반 종신연금 선택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미나에 참석한 하나은행은 한국과 영국, 호주 사례를 비교하면서 종신연금의 필요성을 발표했다. 20년 초과 연금 상품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아울러 연금 수령 기간 중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 개발 필요성도 제기됐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낮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보증형 실적배당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이 본래 취지에 맞게 운용돼야 한다"며 "장기간 연금 수령이 가능하도록 상품 구조를 정비하고 퇴직연금사업자의 컨설팅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명석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의 장기적립과 연금 수령 확대를 위한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향후 도입될 기금형 제도에서도 연금 상품 다양화, 인출기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가입자의 연금 수령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과제들을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하반기 중 적립부터 인출까지 다양한 사례와 노하우 등 내용을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