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약탈 금융 버젓이 살아 남아 목줄 죄고 있어"
신한카드·하나은행·우리카드·국민은행 등 매각 나서
[서울=뉴시스] 조현아 이정필 권안나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장기 연체채권 추심을 놓고 "약탈적 금융"이라고 직격하자, 금융사들이 일제히 보유 중인 장기 연체채권을 매각하고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중 신한카드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 우리카드도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채권 중 각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캠코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 연체 채무자들이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도 취약계층들이 다시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채권 잔액은 없으나 지분을 보유 중인 KB국민카드도 채권 매각에 동의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분 매각에 나서기로 했다. 상록수 정관상 채권 매각을 위해서는 전체 주주 전원의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은 "산업은행이 업무 수탁기관이 될텐데 이미 양도와 관련한 동의 절차에 대해 암묵적으로 얘기했다"며 "지금 (채권) 잔액은 없는 상태로, 이와 관련한 부분을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록수(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는 지난 2003년 10월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10개 금융기관의 참여로 설립된 유동화전문회사(SPC)다.
신한카드가 30%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고 하나은행·IBK기업은행·우리카드가 각 10%, KB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가 각 5.3%, 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업체 3곳이 각각 10%씩 보유 중이다.
대부업체 등도 보유 중인 채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기 위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의 장기 연체채권을 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을 출범했다. 캠코가 새도약기금 자율 협약에 참여한 금융사들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거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상록수는 이러한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에 넘기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주주로 참여한 금융사들은 최근 5년간 약 420억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은 "아직도 이런 원시적 약탈 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줄 몰랐다"며 "지금까지 관할당국은 왜 이런 부조리를 발견조차 못하고 있었을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금융사들은 뒤늦게 채권 매각을 결정하고 추심 중단에 나서기로 했다.
새도약기금으로 채권이 이관되면 해당 차주에 대한 추심은 즉시 중단되고, 상환 능력에 따라 채무 조정과 분할 상환이 추진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 능력이 없는 차주는 1년 내 채권이 자동 소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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