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英 총리, 지선 패배에 '흔들'…패라지 '잠룡 부상'

기사등록 2026/05/12 14:01:37 최종수정 2026/05/12 14:12:24

스타머, 親유럽 행보로 정국 돌파…패라지 부상 경계 심리도 호소

패라지, 反이민 내세워 노동자 흡수…"스타머, 여름이면 물러날 것"

[일링=AP/뉴시스]키어 스타머 총리 영국 총리가 8일(현지 시간) 런던 서부 일링의 킹스다운 감리교회 홀에서 노동당 당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2026.05.09.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비공식 신임 투표로 여겨졌던 지방선거 패배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그는 사퇴를 거부하고 유럽연합(EU)과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 정국 수습에 착수했지만 노동당내 사퇴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지방선거에서 급부상한 '영국 개혁당(REFORM UK)' 대표 나이젤 패라지에 대한 공세에도 나섰다. 영국 개혁당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반(反)이민 정책 등을 주장하는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정당이다.

◆스타머, 총선 패배에도 정국 정면 돌파…노동당·내각은 여전히 사퇴 촉구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11일(현지시간) 런던에서 한 연설에서 지도부 교체가 야기할 혼란을 거론하며 사퇴를 거부했다. AP통신은 스타머 총리가 12일 주례 내각회의와 13일 국왕의 의회 개원 연설을 통해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나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영국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을 책임을 지고 있다. 노동당 정부가 보수당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영국에 혼란을 야기한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사람들이 영국의 상태에 좌절하고 정치에 좌절하며 나에게 좌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게 회의론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정부는 유럽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정의됐다"며 "이번 노동당 정부는 유럽과 관계를 재구축하고 영국을 유럽의 중심에 두는 것으로 정의될 것이다. 그것이 영국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며 노동당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리티시 스틸의 공식 국유화 ▲다음달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청년 이동성 제도를 포함한 EU와 새로운 광범위한 협정 ▲청년을 위한 일자리 교육과 업무 배치 보장 등을 국면 전환을 위한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이 분열하면 다음 총선에서 패라지 대표가 이끄는 영국개혁당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우리는 위험한 시기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한 상대들을 마주하고 있다"며 "노동당은 영국이 매우 어두운 길로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스타머 총리의 연설은 총리직을 구할 마지막 기회로 꼽혔지만 노동당 내부 회의론자를 달랠 새롭고 실질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가 내건 청년 이동성 제도나 브리티시 스틸 국유화는 이미 사실상 정해진 사안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당 의원은 BBC에 "파괴적일 정도로 형편없다"고 혹평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지난 7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1400개 이상의 의석을 잃었다. 특히 텃밭인 웨일스에서는 100년만에 정권을 뺏겼고 스코틀랜드에서도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노동당 의원 72명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등 스타머 총리는 정치적 위기에 놓여 있다.

BBC에 따르면 샤바나 마무드 내무장관이 스타머 총리에게 사퇴 일정을 명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내각은 이미 분열된 상태다. 내각 정무보좌관 6명은 스타머 총리에게 사퇴하거나 사퇴 일정을 발표할 것을 요구하며 사퇴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의 정무보좌관도 사퇴에 동참했다. 스트리팅 보건장관은 물론 안젤라 레이너 전 부총리, 앤디 번햄 그레이터 맨체스터시장 등이 차기 지도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모두 아직 공식적으로 스타머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스타머 총리가 직무 수행을 원하고 있지만 많은 노동당 의원들은 오는 2029년 총선에서 영국개혁당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타머 총리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이 너무 커 고심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내각이 이미 분열돼 장관들을 경질하거나 스타머 총리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경기 침체, 공공서비스 복구 실패, 생활비 급등, 주택 가격 상승, 복지개혁 정책의 잦은 변경 등 실책으로 최근 수개월간 지지율 하락에 노출돼 왔다.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관된 피터 맨델슨을 주미 영국 대사로 임명한 것도 타격이 됐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패라지, 정치 변두리서 英 총리 후보로 부상"
[옥손힐=AP/뉴시스]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Reform UK) 대표. 2026.05.12

영국개혁당은 엄격한 이민 통제와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혜택 제한, 문화적 좌파주의 축소, 경제 전망 개선 등을 원하는 노동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들을 흡수하며 지방선거에서 1450개 가량의 의석을 차지했다. 특히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의회에서는 주요 야당으로 부상했다.

1964년생인 패라지 대표를 향해서는 영국 총리 후보로 부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패라지 대표에 대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캠페인을 승리로 이끈 이후 10년 넘게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라며 영국개혁당이 선거뿐만 아니라 통치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시간이 다음 총선까지 3년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오스트레일리아 ABC뉴스는 패라지 대표가 정치적 변두리에서 영국 총리 후보로 거듭 났다고 보도했다. 패라지 대표는 영국 총리직에 주목하고 있으며 영국개혁당이 2029년 총선에서 지방선거 수준의 지지를 유지한다면 실제 총리직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고도 전망했다.

패라지 대표는 '영국 개혁당에 투표하고 스타머 총리를 몰아내자'를 선거 구호로 제시했다. 그는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스타머 총리가 여름이면 물러날 것"이라고 호언했다.

패라지 대표는 원자재 트레이더 출신이다. 보수당원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대(對)EU 정책에 반발해 탈당한 뒤 반EU·반이민을 내건 영국독립당(UKIP)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4차례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2019년 브렉시트당을 창당한 뒤 영국개혁당으로 개편했고 2024년 총선에서 클랙턴 지역구에 출마해 8번째 도전 끝에 영국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패라지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패라지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하자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패라지의 큰 승리를 축하한다"며 "패라지는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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