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문 닫고 청년은 구직난…시진핑은 군사·AI에 돈 쏟는다

기사등록 2026/05/11 15:07:15 최종수정 2026/05/11 15:48:26

부동산 붕괴에 공장도 채용도 얼어붙어…中 지방도 교육·도로 예산 줄여

포산 공장가엔 임대 안내만…청년·노동자들 “일자리 더 줄까 두렵다”

[베이징=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5일 장쑤성 대표단 분과회의에 참석해 제15차 5개년계획(2026~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 발언하는 시 주석의 모습. 2026.03.06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중국이 군사력과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내수 경제는 부동산 붕괴와 소비 침체, 일자리 악화로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회복보다 안보와 기술 자립을 우선하는 노선을 밀어붙이면서 민생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시 주석 집권 10여년 동안 중국군은 더 강해지고 제조업과 기술 산업도 성장했지만, 부동산 붕괴와 고용 악화로 경제 곳곳이 어려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WSJ는 시 주석이 중국의 안보를 경제보다 앞세우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로봇 등 전략산업의 자립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일자리와 중산층 회복에 필요한 경제개혁은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지방 예산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산시성 시안시는 지난해 도로 유지와 법원 운영 예산을 줄인 반면, 과학기술 예산은 약 80% 늘렸다. 시 재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초·중등학교 예산은 10% 넘게 감소했지만, 지역 군 관련 조직에는 별도 자금이 배정됐다.

홍콩 인근 제조업 도시 포산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때 건축자재, 가구, 가전제품 공장이 밀집했던 이 도시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0.2%에 그쳤다. 당국은 포산을 로봇 산업 중심지로 바꾸려 하지만, 현재 로봇 산업 규모는 도시 전체 경제를 떠받치기에는 턱없이 작다. 곳곳의 빈 공장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고, 현지 공장 채용 알선업자는 “모두가 내년에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톈진=신화/뉴시스】중국 톈진시 톈진대학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2016.09.15
중국은 마오쩌둥 사망 이후 수십년간 경제성장을 국가 운영의 핵심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에서는 정치적 메시지와 경제 현실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중국의 위대한 부흥을 외우지만, 수백만 명은 졸업 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WSJ는 전했다.

시 주석은 안보가 발전의 전제라고 주장해왔다. 이 논리는 중국 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을 키우고, 기술·농업·군사 분야 자립에 막대한 자금을 쓰는 근거가 됐다. 중국의 군사비는 시 주석 집권 이후 두 배 넘게 늘었고, 2024년에도 7% 증가했다. 반면 중앙과 지방정부의 학생 1인당 교육 지출 증가율은 1%를 조금 넘는 데 그쳤다.

중국이 부동산 의존 경제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경제학자들도 대체로 동의한다. AI와 로봇, 첨단 제조업 육성도 선전과 항저우 같은 일부 기술도시에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략산업이 무너진 부동산 경기와 줄어든 일자리를 충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부동산 및 주거용 건설 부문은 2023년 국내총생산(GDP)의 16%에서 지난해 11%로 줄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와 로봇 등 6개 전략산업 비중은 같은 기간 5.5%에서 6.3%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는 과거 고속성장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성장률이 4.5%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비 회복도 더디다. 중국 정부는 사람들이 저축보다 소비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WSJ는 중국의 사회지출 규모가 2023년 기준 GDP의 약 9%로 추정되며, 멕시코나 튀르키예와 비슷한 수준이고 주요 부국들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전했다.

[베이징=AP/뉴시스]베이징의 한 쇼핑몰의 의류와 기념품 매장에서 15일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경제는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소매 판매와 부동산, 투자가 경제학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둔화 조짐을 보였다. 2025.05.19.
포산의 노동자들은 이런 변화의 충격을 직접 겪고 있다. 도자기 타일 업체 모나리자그룹은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매출이 4분의 1 줄었고, 직원 수도 20% 가까이 감소했다. 수요가 불확실해지자 많은 공장은 정규직 대신 임시직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포산에서 일자리를 찾는 한 60세 가까운 노동자는 과거 가구 공장에서 월 1500달러가량을 벌어 아내와 네 자녀를 부양했지만, 지금은 호황기 임금의 절반을 받고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잃은 뒤 구직 사이트를 뒤지며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력이 있음에도 월 600달러 수준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요구 수준을 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안보·기술 우선 노선은 2030년까지 이어지는 중국의 현행 5개년 계획에서도 핵심 기조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군사력과 첨단 제조업을 앞세워 강대국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일자리와 소득, 소비 기대가 낮아지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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