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나저제나 최예나, '키치'한 서브컬처로 K-팝 정조준…'캐치캐치'

기사등록 2026/05/10 11:12:30

키치한 K-팝 2세대 걸그룹 유산 계승 호평

멜론 일간차트 톱10 진입…中서도 인기몰이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최예나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열린 다섯 번째 미니 앨범 'LOVE CATCHER(러브 캐처)'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3.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좌표는 외부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가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직시할 때 비로소 생성된다. 대형 기획사들이 주도하는 매끈하게 세공된 사운드와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한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출신 솔로 가수 최예나(YENA)가 개척해 낸 영토는 그래서 더욱 귀하고 통쾌하다.

최근 발매된 최예나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 '러브 캐처(LOVE CATCHER)'는 주류 시장에서 이따금 평가 절하되곤 하던 '서브컬처'의 잠재력이 어떻게 대중음악의 정중앙을 관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타이틀곡 '캐치 캐치(Catch Catch)'는 입소문을 타고,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8위에 오르며 올해 톱10에 진입한 첫 솔로 가수의 탄생을 알렸고, 일간 차트에서도 9위를 기록했다. 이는 그의 최대 히트곡이었던 '스마일리(SMILEY)'가 달성한 최고 순위(일간차트 9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숫자다. 최예나가 일회성 현상이 아닌 확고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음을 시사한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가수 최예나가 시구에 나서며 관중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6.04.28. hwang@newsis.com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10년대 2세대 K-팝 걸그룹이 지녔던 '키치함(Kitsch)'의 영리한 계승이다. 1980~1990년대 유럽 댄스 음악을 K-팝 식으로 해석했던 티아라, 그리고 B급 정서의 정수를 보여준 애프터스쿨 유닛 오렌지캬라멜 등의 유산을 최예나는 숏폼 시대의 문법에 맞춰 완벽하게 직조해 냈다. 레트로의 클리셰와 하이퍼팝이라는 현재의 유행을 병치시키면서도, 이를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예나'라는 대체 불가능한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좌표를 설정하는 명민함이 돋보인다. 더 멀리는 이정현, 바나나걸 등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성취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전작 '네모네모'에서부터 감지된 서브컬처적 잠재력은 일본 보컬로이드 인기 캐릭터 하츠네 미쿠와 협업한 디지털 싱글 '스타!(STAR!)', 그리고 최근 일본 인기 TV 애니메이션 '디지몬 비트브레이크'의 엔딩 테마곡 '미라미라(ミラミラ)' 발탁으로 이어지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왔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다채로운 표정 연기와 특유의 넉살, 시치미 뚝 떼는 천연덕스러운 몸짓은 그녀의 무기를 한층 예리하게 벼려낸다.
[서울=뉴시스] 최예나. (사진 = QQ뮤직 제공) 2026.05.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표현이 결코 맹목적으로 과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예나가 빚어내는 키치함은 우스꽝스러움으로 휘발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 끝에 도달한 '정확한 자리 찾기'의 미학에 가깝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 무엇인지,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에너지가 어떤 형태인지를 오차 없이 파악하고 체현해 내는 태도. 프리즘필터(PRISMFILTER) 뮤직 그룹 소속이자 M.O.L.A 크루의 네이슨(이교창) 프로듀서와 긴밀하게 호흡하며 전 곡을 '예나 맞춤형'으로 직조해 낸 과정 역시 이러한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결단의 연장선에 있다.

거대한 자본과 물량 공세가 지배하는 K-팝 신(Scene)에서, 누군가는 주류의 문법을 착실히 따르는 것으로 생존을 도모한다. 그러나 최예나는 자신만의 기이하고도 사랑스러운 궤도를 이탈하지 않음으로써, 도리어 K-팝의 계보를 한층 풍성하게 넓혀버렸다. 중국 주요 음원 플랫폼 QQ뮤직에서의 두드러진 성과와 아시아 투어의 순항은 이 고유성이 언어와 국경을 넘어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K-팝 캐릭터를 마침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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