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57% 급증에도 검거율 하락
해킹 범죄 검거 4건 중 1건 수준
수사인력은 제자리…3년간 3명↑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지난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지만, 검거율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발달 등으로 범죄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는 반면 수사 인력과 대응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해킹 범죄 검거율은 4건 중 1건 수준에 머물렀다.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을 통해 확보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는 36만1577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4.9% 증가한 수치로, 2022년과 비교하면 56.9% 급증했다.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반면 검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체 사이버범죄 검거율은 2022년 62.5%에서 지난해 56.7%로 하락했다. 범죄 증가 속도를 수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유형별로는 해킹·디도스(DDoS)·악성코드 유포 등 정보통신망 침해범죄가 2022년 3494건에서 지난해 4765건으로 36.3%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해당 범죄 검거 건수는 1265건에 그쳐 검거율은 26.5%에 머물렀다. 사실상 4건 중 1건만 해결된 수준이다.
메신저 피싱이나 온라인 사기 등 정보통신망 이용 범죄도 급증했다. 해당 범죄는 2022년 19만958건에서 지난해 32만9099건으로 72.3% 폭증했다. 그러나 검거율은 55.2%에 머물렀다.
송치 인원 증가 폭 역시 범죄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사이버범죄 송치 인원은 5만5522명으로 2022년보다 23.8% 늘었지만, 같은 기간 범죄 발생 증가율(56.9%)에는 크게 못 미쳤다.
수사 인력 부족 문제도 여전하다. 전국 시·도경찰청에서 해킹 등 고난도 사건을 전담하는 사이버테러수사팀 현원은 2022년 152명에서 지난해 155명으로 3년간 단 3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 수사도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쿠팡 이용자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지만 중국 국적 피의자의 송환 거부 등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건 역시 5개국 수사기관과 국제 공조를 진행 중지만, 배후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유플러스 서버 고의 훼손 의혹과 관련해서는 최근 직원 3명이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기술 발전이 사이버범죄 확산 속도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최근 사이버 위협 전망을 통해 생성형 AI가 피싱 메시지와 악성코드를 더욱 정교하게 제작할 수 있게 하면서 공격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플랫폼 등에 개인정보가 대규모로 집중되면서 해킹 표적이 커진 점도 범죄 폭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0월 검찰개혁법의 시행으로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사이버범죄 수사 관할을 둘러싼 실무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입법 과정에서는 경찰이 전담해온 사이버 수사 영역과 중수청의 직무 범위가 겹치며 관할 중복 논란이 제기됐으나, 최종 법안에서 수사 대상이 국가핵심기반 공격 범죄 등으로 구체화되며 수사권 이관 우려는 일단락된 상태다.
다만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어디까지 중수청에 통보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수청법 제43조 제2항에 따라 경찰은 중대범죄 수사 시 내용을 중수청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 범위가 과도하게 설정될 경우 행정 부담은 물론 수사 주도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최근 사이버범죄 통보 기준과 관련한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중수청 출범에 따른 범죄 통보 기준과 관련해 지난달 30일 설립지원단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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