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개발실장에 최준영 기아 사장 선임
현대모비스 노사정책담당 정상빈 부사장
그룹 차원 통합 노무 대응 체계 구축
"노란봉투법發 파업 리스크 선제 관리 풀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 이후 확대되는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책개발실장에 최 사장을 보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정책개발담당은 현대차그룹 전체의 노사 전략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으로, 종전까지 부사장급이 맡아온 자리다.
사장급 인사를 앉힌 것은 노무 리스크 대응 체계를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최 사장은 기아에서 노무 관련 업무로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전무 승진 당시 노무지원사업부장을 맡았고, 성과를 인정 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사장은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생산담당 등을 거치며 노사 관행 개선을 이끌었다.
이후 2024년 연말 인사에서 사장 승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사장 승진 후 첫 해인 지난해에도 노조와 5년 연속으로 분규 없이 임금교섭에 합의하기도 했다.
당시 정년연장, 주4일제 등 민감한 안건이 올라왔지만, 노사가 협상을 통해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기존에 정책개발실장을 맡고 있던 정상빈 부사장은 현대모비스로 이동해 노무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완성차를 떠받치는 핵심 부품사의 노사 현안이 생산 차질로 직결되는 리스크를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최 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기아의 국내 생산 총괄은 송민수 부사장이 맡는다.
◆ 노란봉투법, '원청 교섭' 요구 현실화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있다는 분석이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범위를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했다.
하청 노조가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 것이다.
아울러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도 제한돼, 기업이 파업 억지력으로 활용해온 손배 소송 카드의 위력도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양사의 완성차 공장 외에 현대모비스·현대트랜시스·현대위아 등 핵심 부품 계열사를 거느린 수직 통합형 그룹이다.
공급망 한 곳이라도 파업으로 멈추면 완성차 생산 전체가 차질을 빚는 구조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협력사 노조의 원청 교섭 요구가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생산 차질 가능성이 그룹 리스크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 최준영 신임 정책개발실장…기아 노사 안정의 설계자 평가
최 사장은 기아에서 노사 협상을 주도하며 임단협을 비교적 원만하게 매듭지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기아가 최근 수년간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하며 안정적 생산 체제를 유지한 배경에 최 사장의 협상력이 있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가 그룹 노무 컨트롤타워로 자리를 옮긴다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개별 계열사 단위의 노사 관리를 넘어 그룹 차원의 통합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에 부사장급 노무 전담 보직 보임도 특징이다.
현재 현대모비스는 램프와 범퍼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해당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자회사 노조는 물론, 사무직도 노조를 결성해 이에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이후 원청-하청 교섭이 확산되면서 노무 관리가 그룹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그룹 뿐 아니라 다른 제조 그룹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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