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산으로 위장된 '혼합 원유'… 하루 수백만 달러 규모
친이란 민병대 AAH에 원유 빼돌린 의혹도 제기
해상 봉쇄 및 위장회사 단속 등 '이란 압박' 최고조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미국 정부가 이란의 국제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이라크 현직 고위 관료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를 이라크산 원유와 섞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국제 제재를 우회하는 데 관여했다며 이라크 석유부 차관 알리 마아리즈 알바하다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알바하다리 차관은 하루 수백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산 원유를 밀수업자에게 운송하도록 승인했으며, 해당 업자는 이를 이란산 원유와 혼합해 판매했다. 또 혼합 원유가 순수 이라크산인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무부는 알바하다리 차관이 지난해 이미 제재 명단에 오른 사업가 살림 아흐메드 사이드에게 원유 수출 권한을 부여하는 등 공직을 이용해 이란과 민병대 세력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 정권은 마치 범죄 조직처럼 이라크 국민의 자원을 약탈하고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을 겨냥한 테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란 군이 이라크산 원유를 악용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가 이라크에 대해 이란과의 경제적 연계를 끊으라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란은 오랫동안 이라크를 국제 제재 회피 통로이자 외화 확보 창구로 활용해왔다.
특히 미 재무부가 현직 고위 관료, 그것도 미국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이라크 정부 인사를 직접 제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이라크가 정부 이양기에 놓인 시점에 이번 조치가 단행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이라크는 알리 알자이디 총리 지명자가 내각 구성을 추진 중이며 의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이라크 관계를 담당했던 빅토리아 테일러 전 당국자는 "이번 제재는 차기 이라크 정부 요직에서 민병대 관련 인사와 자금 네트워크를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은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 세력에 대한 단속도 이라크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재무부는 알바하다리 차관이 친이란 민병대 아사이브 알하크에도 이라크산 원유를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알바하다리 차관 외에도 AAH 지도부 3명과 관련 민병대 인사들을 추가 제재했다. 최근에는 페르시아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한 해상 봉쇄를 강화하고, 제재 회피에 가담한 선박업체와 위장회사들에 대한 단속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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