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에 ‘전략적 자율성’ 줘야…미중 경쟁에 끌어들이면 역효과”

기사등록 2026/05/07 18:03:34

스팀슨센터 켈리 그리코·제임스 킴, 포린폴리시 기고

중국군, 영공 해상 진입 군사활동 연간 500건 육박

"美, '대북 선봉장·中 견제 동참' 한국 역할 선택해야"

[서울=뉴시스]중국 해경이 건국 76주년 기념일(국경절)을 맞아 남중국해 분쟁 도서 인근 선상에서 국기를 게양하며 주권 수호 의지를 과시했다. 국기 게양식이 진행 중인 모습. 2025.10..02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한반도 방어를 넘어 중국과 패권 경쟁에 끌어들여 부담을 배가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이 중국의 유무형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미국이 한국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소속 켈리 그리코 미국 대전략 재구상 프로그램 선임 연구원과 제임스 킴 코리아 프로그램 국장은 6일(현지시간)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에 공동 게재한 '미국의 대(對)한국 전략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취지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중국은 지난 3월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40일간 서해와 동중국해 분쟁 해역 상공의 진입을 제한했다"며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한국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 군사 활동과 진입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활동의) 증가세는 한미 동맹의 (주요 ) 의사결정과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며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일본과 관계 복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접점 확대,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 수용 등이 이어지자 중국이 (군사활동 등을 통해) 압박 수위를 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들은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그 대가를 대부분 한국이 치르고 있다"며 "서울이 대만 문제, 주한미군 운용, 한국 영토에서 출격하는 대중 작전 등 중국 관련 사안에서 미국과 공개적으로 발을 맞출 때마다 중국은 곧바로 (군사 행동으로) 반응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추세는 한미동맹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며 "한국군은 연간 500건에 육박하는 (중국의) 공·해상 진입에 상시 대응 출격하고 있는데, 그만큼 북한 대응 임무에 써야 할 자원이 분산된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미국이 설계한 역할 분담 구도는 역량과 의지가 있고 다른 위기에 발이 묶이지 않은 동맹을 전제로 한다"며 "중국의 상시 압박을 관리하는 데 쫓기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그와 같은 이상적인 파트너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은 한국의 선택 공간을 좁히지 않는 것"이라며 "(미국이 해야 할) 진정한 부담 전가는 한국이 중국과 관계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재량을 주는 것이다. 한국의 위기 관리 행위를 한미 동맹 이탈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야 할 방향은 '거부 억지(Denial deterrence·미사일 방어 등 견고한 방공망)'와 '응징 억지(punishment deterrence·핵 보복 전략 등)'라는 두 방향의 억지력 강화다. 북한이 어떤 선제 타격을 감행해도 한국의 반격 능력은 살아남는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한국이 두 가지에 투자하고 있지만 드론 전력 등 여전히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군사 핫라인을 정상 작동시키는 문제를 한국에만 떠맡길 게 아니라 미국이 중국과 군사 대화에서 핵심 의제로 올려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냉전기 미국과 소련간 '공해상 우발 충돌 방지협정'처럼, 공·해상에서 중국과 접촉이 발생했을 때 식별·통보·해제하는 공통 절차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은 한국에게 북한 문제의 선봉장을 맡기거나, 중국과 경쟁에 더 깊이 끌어들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겠다는 발상은 결국 둘 다 놓치게 되는 길이다. 이 현실을 외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국은 스스로의 모순에 더 깊이 발목이 잡히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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