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23년→15년 감형 이유는…'계엄 못 막은 책임' 일부 무죄

기사등록 2026/05/07 15:19:31

1심 유죄로 본 부작위 혐의, 이유 무죄 판단

위증 혐의도 일부 무죄 판단…해석 엇갈려

고법, '비상계엄=내란' 법적 판단은 재확인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이 1심보다 가벼운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부작위' 혐의 일부를 2심이 '이유 무죄'로 판단해 형사 책임이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월 21일 재판에 출석하는 한 전 총리. 2026.05.0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가벼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중형이 선고된 1심 징역 23년보다 8년 감형된 것이다.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부작위' 혐의 일부를 2심이 '이유 무죄'로 판단해 형사 책임이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란전담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이승철·조진구·김민아)는 7일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 손상, 위증 등 주요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1심이 한 전 총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물은 것과는 다른 판단을 내놨다.

형법은 부작위범에 대해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행정부 2인자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인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과정에서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국무회의 심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치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부작위 책임'을 인정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를 이행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이를 중지·취소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2심은 이 부분들을 상당수 뒤집었다.

재판부는 우선 특정 국무위원만 소집된 상황 관련 "법리상 별도의 부작위범 성립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국무회의의 적법 외관을 만들려고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데 부작위에 관한 평가도 일부 반영됐단 취지다.

아울러 1심에선 이 전 장관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행위에 별도의 부작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부작위범 부분은 특검팀이 기소한 대상이 아니다"라며 불고불리 법리(법원은 기소 범위 내에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파기했다.

위증 혐의가 일부 무죄 판결을 받은 점도 감형에 영향을 줬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윤 전 대통령 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문건을 받고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말하고,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내용의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두 번째 진술에 대해 1심과 2심 판단이 달랐다.

2심은 한 전 총리 발언 속 '문건'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한 전 총리가 이를 실제로 봤다고 확신하기 어려워 허위 진술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봤다.

또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 부서를 받으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웠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한 전 총리의 구체적 행위 목적에 대한 해석은 달랐으나 1·2심 모두 한 전 총리가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서도 적법한 국무회의 외관을 만들었단 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했다.

1심에 이어 2심까지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12·3 비상계엄=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은 유지됐다. 이는 내란전담재판부가 '계엄은 내란'이라고 판단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를 향해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기 위해 사후적인 범행들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의 2인자이며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합헌, 합법적으로 행사되도록 보좌하고 잘못된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응당 이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질타했다.

특히 한 전 총리가 1970년대 행정부 사무관으로 임명된 후 1980년경 있었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조치와 내란 상황을 경험하며 이 같은 사태가 야기하는 광범위한 피해와 혼란, 심각성과 중대성을 잘 알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조직의 기본제도를 파괴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하는 범죄다. 그 성격과 중대성에 있어 어떠한 범죄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는 내란 사건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도 맡고 있어 '계엄=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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