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영조 때인 18세기 중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
2001년 성동구 향토유적 1호 지정…서울시도 인정
마을굿 벌어지는 곳, 서울에만 100곳…공동체 의식
행당동 아기씨당은 조선 영조 때인 18세기 중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동구 역사문화자원이다. 행당동 아기씨당은 여성 신령인 아기씨를 주신으로 모신 부군당(마을을 수호하는 신)이다.
아기씨는 공주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아기씨당은 아기씨를 모신 당이라는 의미다.
옛날 북쪽에 있는 나라가 망해 공주 5명이 시녀들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을 오다가 왕십리에 이르러 더 이상 가지 못하고 풀뿌리, 나무뿌리로 연명하다가 찔레꽃을 입에 물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왕십리에 마을이 생기자 공주는 마을 주민들의 꿈에 나타나 자신들의 한을 풀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당을 짓고 제를 올리게 됐다고 한다.
당이 처음 세워진 정확한 시점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1700년대 중반 이전으로 추정되며 이후 수차례 이전을 거쳐 1944년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1947년에는 개축이 이뤄졌고 1968년도에는 채색을 다시 하고 부분적인 수리가 이뤄졌다.
당 내부에는 제단이 마련돼 있다. 벽면에는 '아기씨당 봉건기'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당 안에 7개 신상이 걸려 있고 제단 옆에는 무구(巫具)가 갖춰져 있다.
아기씨당은 2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을 안녕을 기원하고 마을 주민과 생사고락을 더불어 해온 행당동 민간 무속 신앙의 산실로 평가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아기씨당은 2001년 4월 30일 성동구 향토유적 제1호로 지정됐다.
마을의 안녕과 결속을 위하고 가을의 수확을 감사드리기 위해 매년 음력 10월 3일에 열어온 '행당동 아기씨당 굿' 역시 전통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5년에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됐다.
전체 13거리로 구성된 아기씨당굿은 당신인 아기씨를 위한 굿거리가 별도로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교식 제례와 무속식 굿이 합쳐져 있는 것이 특색이다. 제사를 먼저 지낸 다음 굿을 한다.
2017년 4월에는 행당동 '아기씨당 무신도 16점'이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됐다.
본당인 아기씨당에 무신도 7점(좌신장, 삼불제석, 아기씨, 산신, 부군내 외, 태산노군, 우신장)이 있다. 옆 건물 개인신당에는 무신도 14점(일월성신, 칠성님, 삼불제석, 대사님, 산신님, 용궁부인, 숲당아기씨, 천존대감, 관성제군, 최일장군, 별상님, 대신할머니, 대신마누라님, 오방신장님)이 봉안돼 있다.
아기씨당처럼 마을굿이 벌어지는 곳은 서울에만 100곳 안팎에 달한다.
마을굿이란 '한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평안과 행복을 기원하기 위해 제의적 요소를 기초로 일정한 시기에 공동으로 행하는 일련의 행위'를 뜻한다.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고 각종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려는 종교적인 행위가 마을굿이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굿을 통해 사고나 천재지변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고 일상생활에서 유발되는 불안을 극복한다.
마을신은 마을 공동체 성원들이 공동으로 섬기는 신이면서 성원들을 보호해주는 존재로 인식된다.
산신제 계통 마을굿은 우이동, 신영동, 평창동, 부암동, 홍지동, 구기동, 돈암동, 정릉동 등 서울 북구 산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무당이 주재하는 부군당굿 계통 마을굿은 행당동 아기씨당을 비롯해 옥수동,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 산천동, 용문동, 청암동, 창천동, 당산동, 신길동 등 한강과 가까운 것에서 열린다.
특히 왕십리 일대에는 아기씨를 주신으로 모신 당이 행당동 아기씨당 외에 수풀당과 양지당 등 모두 3곳이 집중돼 있다.
이처럼 왕십리 일대에 아기씨당이 많은 것은 죽음과 관련된 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체가 사대문 밖으로 나오는 통로인 광희문, 시신이 묻히던 공동묘지가 있던 금호동과 신당동 일대, 질병을 관리하던 활인서가 있고 무당이 집단 거주하던 신당동 일대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부정을 막는 신이 왕십리 지역에 필요했다는 것이다. 권선경(고려대)은 '서울 지역 아기씨당의 성격과 기능' 논문에서 "왕십리 일대는 질병과 죽음에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이 노출돼 있었다"며 "따라서 매년 당굿을 통해 액을 불에 태워 소각시키는 것으로 액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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