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선 3600억 배상, 韓선 배짱 자료거부"…애플의 '두 얼굴'

기사등록 2026/05/07 13:55:29

실증 자료 제출 거부하는 애플…"애플 AI 허위광고" 공정위 조사 1년째 제자리

미국선 3700억원 보상하는데 한국은 소외

시민단체 "강제 수단 동원해 자료 확보하고 집단소송 도입해야"

[뉴욕=AP/뉴시스]2011년 12월7일 미국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근처에 있는 애플 로고. 2011.12.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미국 애플사가 자체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허위 광고 논란으로 미국에서 거액을 물어주기로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정부 조사가 1년 넘게 헛바퀴를 돌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공정위가 지난해 3월 접수된 애플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1년 넘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서울YMCA 측은 공정위가 애플에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로 1년이 경과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조사가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표시광고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광고 내용의 실증 자료를 사업자에게 요청할 수 있으며, 사업자는 15일 이내에 이를 제출해야 한다. 특히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광고를 지속할 경우 공정위는 광고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중지 명령을 어기고 광고 행위를 계속할 경우엔 최대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 권한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이같은 권한을 행사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한국 당국의 조사를 고의로 늦추는 '지연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에서 잘못을 인정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울YMCA 측은 "공정위는 사건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료를 확보하고, 면밀한 조사와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 조사가 공전하는 사이 미국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이 나왔다. 최근 애플은 미국 내 주주와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2억5000만달러(약 367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보상 대상 기기와 기간도 상세히 정했다. 아이폰 15 프로, 아이폰 15 프로 맥스, 아이폰 16, 아이폰 16e, 아이폰 16 플러스, 아이폰 16 프로, 아이폰 16 프로 맥스 구매자들에게 1인당 최대 95달러(약 13만원) 수준의 보상금을 줄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비영어권 국가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YMCA 측은 "애플이 배상에 합의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를 인정한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도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의 미흡한 소비자 보호 제도에 대한 비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집단소송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피해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소송에 참여해 승소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서울YMCA는 "조사 당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애플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30년째 논의만 이어온 실효성 있는 집단소송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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