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버용 HBM 수요 폭증…애플도 “메모리 가격 부담 커질 것”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AI 붐이 메모리 반도체와 저장장치 업계에 이례적인 호황을 안기고 있다며, 급등하는 이익이 오히려 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업계는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꼽힌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같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같은 저장장치 업체는 최근 3년 사이 모두 한 차례 이상 연간 영업손실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WSJ에 따르면 샌디스크와 마이크론은 현재 매출 1달러당 약 80센트의 매출총이익을 내고 있다. 과거 이들 업체의 이익률이 한 자릿수에서 60센트 안팎까지 크게 출렁였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관건은 과거 같으면 곧 꺾였을 이런 높은 이익률이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이어질 수 있느냐다. 메모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데는 수년이 걸려 공급을 곧바로 늘리기 어렵다.
AI 투자가 크게 꺾이지 않는 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결정력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250억 달러 늘렸고, 메타도 투자 계획을 100억 달러 추가했다. 두 회사 모두 부품 비용 상승을 투자 확대의 이유로 들었다.
AI 시스템은 HBM 같은 고성능 D램을 대량으로 필요로 한다. AI 모델이 처리하고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데이터도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와야 해 저장장치 수요까지 함께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도 메모리 업체로 몰리고 있다. 샌디스크의 기업가치는 6개월 전보다 거의 7배로 뛰었고, 시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주가도 같은 기간 약 3배 올랐다. 마이크론은 최근 한 달 동안 75% 급등했다.
다만 급등한 주가가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모리 업종은 역사적으로 가격 등락이 심했고, 호황 뒤에는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이 반복돼 왔다. 현재의 이익률이 과거 기준으로는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호황이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대형 고객사들은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공급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이는 30일 단위 거래가 많았던 기존 메모리 업계 관행과는 다른 흐름이다.
샌디스크는 최근 5개 주요 고객사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고, 이 계약 물량이 다음 회계연도 생산능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웨스턴디지털도 일부 공급계약이 2029년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WSJ는 현재의 공급 부족이 장기계약 확대와 안정적 거래 구조로 이어진다면, 메모리 업계가 과거처럼 극심한 가격 변동에 흔들리는 산업이라는 평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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