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페이팔은 감원, 액손·스포티파이는 인력 유지…AI 활용법 놓고 美기업 양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AI 도입을 둘러싸고 미국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 두 가지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은 AI를 감원 명분으로 삼고 있고, 다른 기업은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쪽을 택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은 대표적인 감원 사례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는 AI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전체 인력의 14%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회사 업무에 더 깊숙이 들어오면서 직원들이 AI 에이전트를 관리하고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팔도 앞으로 2~3년에 걸쳐 직원 20%를 줄일 계획이다. 회사는 AI 도입을 확대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베드배스앤드비욘드 최고경영자도 최근 투자자들에게 AI로 “상당한 인력 감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도 비슷한 고민을 드러냈다.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는 AI가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 회사에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한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는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 투자 부담 속에 전체 인력의 약 10%인 8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감원을 택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AI로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사람으로 처리할 수 있고, 대규모 해고는 비용을 빠르게 줄여 실적과 주가를 방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블록과 스냅 주가는 AI 관련 감원 발표 뒤 상승했다.
가트너가 중간 관리자 이상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도 AI 에이전트나 지능형 자동화, 자율 기술을 쓰는 기업의 약 80%가 인력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AI가 모든 업무를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감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스포티파이도 인력을 크게 줄이기보다 기존 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는 쪽을 택하고 있다.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 스포티파이 공동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이 AI로 높아진 생산성을 곧바로 인건비 절감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같은 인원으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선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IBM도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으로만 보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본다. 니클 라모로 IBM 최고인사책임자는 기업 리더들이 AI를 생산성 향상뿐 아니라 성장의 도구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3년 뒤 IBM 직원 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망을 해야 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직원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기업에서도 변화는 피하기 어렵다. 인사 전문가들은 많은 직무가 크게 바뀌거나, 여러 역할이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고 본다. 신용카드 발급사 싱크로니 파이낸셜은 직원들에게 해고가 아니라 다른 업무로의 재배치를 준비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는 영구적인 이동이 될 수 있고, 일부는 몇 달간의 임시 배치가 될 수 있다.
AI가 CEO들에게 던진 선택은 결국 직원들에게도 다른 형태의 불안으로 돌아오고 있다. 회사를 떠날 것인지, 남아서 더 많은 일을 맡을 것인지의 문제다.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더라도 일자리의 수와 업무 강도, 직무의 형태는 이미 바뀌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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