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1사 만루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 기록
[수원=뉴시스]문채현 기자 = 멀티 이닝도, 연투도 상관없다. 프로야구 KT 위즈의 마무리 투수 박영현은 팀이 승리만 한다면 전혀 개의치 않는다.
박영현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쏠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 8회초 1사 만루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을 기록, 시즌 2승(9세이브)째를 따냈다.
비록 희생플라이로 1점을 허용했으나, 이어진 8회말 1사 3루에 권동진의 결승 2루타가 터지며 박영현은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10세이브 고지를 앞두고 세이브 대신 승리를 쌓았다.
이날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박영현은 "저는 항상 9회에 나간다기보단 8회 위기 상황에 등판한다고 생각하고 몸을 푼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오늘도 만루가 되기 전에 나가고 싶었다. 조금 부담스러운 상황이니까 감독님은 믿고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저도 그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 동점 준 건 아쉬웠는데, 그래도 잘 막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미소 짓기도 했다.
올 시즌 들어 벌써 6번째 멀티 이닝이다. 박영현은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해 17⅔이닝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박영현은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오히려 오래 쉬면 안 좋았다. 격일로 쉬는 건 괜찮은데, 막 5일씩 쉬어버리면 몸이 또 안 풀리더라. 쉬면 몸이 무겁다 보니까 제 공이 안 나오는 느낌이다. 차라리 연투를 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두 자릿수 세이브도 눈앞에 두고 있었던 박영현은 "솔직히 저는 세이브보다 팀이 이기는 게 더 중요하다. 제가 이기는 상황에 나가니까 뒷문을 단단하게 막고 싶다는 생각으로 잘 던지려고 하는 것뿐"이라며 "사실 오늘은 (소)형준이 형한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만루) 상황에 잘 막았으면 형준이 형의 승이 될 수 있었다. 아까도 형이 자기 승 내놓으라고 하기도 했다.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시즌 초반 박영현의 호투가 펼쳐지는 가운데, KBO리그 10개 구단 마무리 경쟁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영찬(LG 트윈스), 김택연(두산 베어스)은 부상, 김원중(롯데), 정해영(KIA 타이거즈), 김서현(한화 이글스), 류진욱(NC 다이노스) 등은 부진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현은 "너무 안타깝다. 같이 했던 선후배들이 다친 게 걱정도 된다. 저도 제가 이겨내고 싶어서 이겨내는 게 아니고, 많이 던지다 보니까 적응을 한 것 같다. 다행히 또 아프지도 않았다"며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 전 출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체력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대회 때문에 몸을 일찍 만들었는데, 거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시즌 초반에 좀 불안하기도 했다"며 "그래서 저는 개막전에서 35구를 던진 게 오히려 좋았다. 몸이 쫙 풀린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아울러 박영현의 역투와 함께 KT도 이날 5-4 신승을 거두며 '어린이날 슬럼프'를 벗었다.
역대 어린이날 치른 9경기에서 1승 8패로 부진했던 KT는 2022년 이후 4년 만에 5월5일 승리를 기록했다.
박영현도 "1승 8패라는 기록이 있다고 봤다. 근데 오늘 또 경기를 하다 보니까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건 기록일 뿐이다. 올해는 또 다른 기록을 만들면 된다. 그런 거는 한 번도 신경 쓴 적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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