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외 자제 촉구에 내부 균열까지…삼성전자 노조, 파업 동력 '난기류'

기사등록 2026/05/06 07:00:00 최종수정 2026/05/06 08:38:24

이사회 의장까지 '등판'…"노사 공멸" 공식 경고

국민 10명 중 7명 등 돌렸다…여론·내부 동시 냉각

DS·DX 이해충돌에…동행노조 탈퇴·대규모 이탈 현실화

[평택=뉴시스] 김근수 기자 =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4.23. ks@newsis.com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으나, 사내외의 냉담한 반응 속 전방위적인 파업 자제 압박에 직면했다.

대외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이 총파업 추진에 부정적인 가운데, 사내에서는 사업부별 이해관계에 따른 '노노 갈등'이 격화되며 내부 결속력까지 급격히 와해되는 양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당부했다.

신 의장은 노조의 파업 예고와 관련한 경영 위기 우려를 표명하며,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생산 차질 시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경영 실무를 담당하는 CEO가 아닌,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이사회 의장이 직접 거시 경제 지표를 거론하며 등판한 것은 이번 사태가 기업을 넘어 국가적 이슈로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

대외 여론 또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이번 파업 추진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이는 긍정 여론보다 3.7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러한 부정적 기류는 내부 조직력 와해로 직결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반도체(DS) 부문 입장에만 치중됐다는 불만이 커지며 가전·모바일(DX)을 중심으로 '직군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실제 대규모 탈퇴 행렬로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열흘 사이 2500명이 넘는 DX 부문 직원이 노조를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동투쟁본부의 한 축이던 '동행노조'마저 상호 신뢰 훼손을 이유로 탈퇴를 선언하며 사내 결속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노조의 투쟁 명분은 도덕성 논란과 주주들의 집단 반발로 인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DS부문 사내 게시판에 취약계층 후원을 위한 기부금 약정 취소 인증글을 잇달아 올리면서 “사회 공헌을 파업 압박 카드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노조 지도부뿐만 아니라 조합원 개개인에게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초강수 대응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노조의 파업 예고를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파업으로 회사의 핵심 자산이 손실 시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영진이 파업 회피를 위해 부당한 성과급 협약을 맺을 경우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서울=뉴시스] 박나리 기자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소액 주주들의 집회가 23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열렸다. 2026.04.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금융권의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은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 가능성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노조의 행보를 리스크로 판단했다.

학계에서는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파업 장기화 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0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며, AI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시장 상실 리스크를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글로벌 경쟁사들이 HBM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골든타임에 내부에서 발목을 잡는 투쟁은 결국 공멸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구체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를 해서 지탄받게 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에 대한 노조 측의 반박은 타사 노조와의 갈등으로 번지며 노동계 내부의 연대 명분마저 훼손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타사 사례라고 언급하며 반박하자,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는 "강한 유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삼성전자를 '국가 공동체의 결실'로 정의하며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노조의 자제를 당부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박용진 전 의원 등 정치권 전반에서도 과도한 요구와 내부 갈등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여기에 파업 불참자 명단 관리 언급에 따른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더해졌다.

노조 지도부가 불참 인원을 선별해 노사 협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검토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쟁의 행위의 정당성을 넘어선 강압적 투쟁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사측뿐 아니라 주주와 국민, 동료 직원들에게 투쟁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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