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짧은 소설집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계에 던져진다면, 나는 그 세계를 결코 한눈에 파악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략) 그 모든 파편 사이를 헤매다 한참을 멀어진 다음에야 '아, 그런 세계였지'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 중)
소설가 김초엽(33)이 두 번째 짧은소설집 '해파리 만개'(마음산책)를 펴냈다.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작품집은 인간 세계의 질서 만으로는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에 대해 되묻는다.
총 6편의 엽편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모래('모래 이야기'), 해파리('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젤리('젤리의 우울'), 골렘('사모나') 등 비(非)인간의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효율'과 '기능'으로 구분되는 세계 바깥에 존재하며, 때로는 인간의 영역에 스며들어 익숙한 기준을 뒤흔든다.
김초엽은 '작가의 말'에 밝혔듯, 기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질서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효율과 유용성의 기준이 절대적인지, 시각을 달리하면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또 타자(他者)와 마주하고 접촉하는 순간들이 우리가 지닌 이해와 기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에 주목한다.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은 도시가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 등으로 생성된 해파리로 가득 차자 인류는 혼란의 시기를 겪으면서도 결국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천장 틈새로 보이는 도시의 골목이 해파리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해파리들은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것이다."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중)
마지막 수록작 '사모나'는 생명이 없는 석상 '골렘'을 통해 '나'는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앞에서 개입하려하기 보다는 그 존재 방식을 인정하는 태도를 제시한다.
"사모나가 정말로 파티클의 행성이라면, 정말로 그런 존재가 있다면…우리가 감히 개입할 자격 같은 건 없지 않겠습니까." ('사모나' 중)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