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번 돈 내놔라" 중국 노동자 거리로…이란전 불똥에 내수 급랭

기사등록 2026/04/28 09:00:00 최종수정 2026/04/28 09:18:25

4월 신차 판매 40% 폭락…고유가·트럼프 관세에 공장 연쇄 도산

호르무즈 막히자 원가 급등 '직격탄'…중국 경제 '성장률 4.5%' 달성 비상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 경제에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외식·호텔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장난감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노동자 시위까지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중국의 소비와 수출 제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막대한 전략 비축유와 재생에너지로 충격을 버텨온 중국도 전쟁이 9주째 이어지면서 압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이상 신호가 잡힌 곳은 자동차 시장이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이달 1~19일 중국의 승용차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6% 급감했다. 지난해 말 전기차 세제 혜택 종료로 판매가 일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휘발유 차량 판매는 낙폭이 더 컸다. 휘발유 차량 판매는 거의 40% 줄었다.

판매 부진은 곧바로 생산 감축으로 이어졌다. 중국 자동차 공장들은 이달 첫 2주 동안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적은 차량을 생산했다. 수출은 늘고 있지만 내수 부진으로 대리점에는 팔리지 않은 차량 재고가 쌓이고 있다.

중국 경제는 겉으로는 아직 버티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1분기 경제가 연율 기준 5.3%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NYT는 성장세의 대부분이 1~2월에 집중됐고, 3월 들어 소비 둔화가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3월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7%에 그쳤다. 중국물류구매연합회는 팔리지 않은 상품 재고가 계속 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는 재고 증가가 향후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충격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 곳은 장난감 산업이다.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에서는 지난주 수천명의 장난감 공장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체불 임금과 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이 일하던 여러 장난감 공장은 지난 20일 갑자기 문을 닫았다.

공장 폐쇄의 배경에는 플라스틱 가격 급등이 있다. 플라스틱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데, 이란 전쟁 이후 페르시아만과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차질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 중국 장난감 산업은 이미 인건비 상승, 해외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었다.

문을 닫은 공장들은 홍콩계 장난감 업체 와싱토이스 계열로 전해졌다. 현지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공장 정문에 “피땀 흘려 번 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장면이 담겼다. 회사의 위린 자회사는 온라인에 확산된 직원 공지문에서 공장 폐쇄와 파산 절차를 알리며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미국의 무역 마찰이 격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거래 환경 악화와 외국 고객의 미지급 대금이 현금 흐름을 압박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대규모 전략 비축유와 정유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국영 석유기업들이 유가 상승분의 절반가량만 소비자에게 부담하도록 해 휘발유 가격 충격도 일부 막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제조업 비용으로 번지고, 소비 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중국 경제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프랑스 금융회사 나티시스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며 중국이 올해 4.5% 이상의 성장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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