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서영은 인턴 기자 = 이탈리아 중부의 대형 국립공원에서 늑대 10마리가 잇따라 독살됐다. 세계자연기금(WWF) 이탈리아 지부는 이번 일을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가장 심각한 야생동물 사건 중 하나로 규정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18일(현지시각) 영국 더 선과 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최근 이탈리아 아브루초·라치오·몰리세 국립공원 인근에서 늑대 10마리가 사체로 발견됐다.
발견 장소는 하이킹과 산악자전거로 유명한 관광지인 페스카세롤리와 알페데나 마을 인근으로, 각각 5마리씩 잇따라 확인됐다. 국립공원 측은 알페데나에서 수습된 5마리의 경우 한 무리 전체가 몰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조사 결과, 현장에서는 독극물이 섞인 미끼가 발견됐으며 늑대들 역시 이를 먹고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루치아노 삼마로네 국립공원 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살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살해 방식"이라며 "늑대뿐만 아니라 여우, 야생동물, 심지어 일반 반려견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심각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당국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늑대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의도적인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늑대 보호 등급을 '엄격 보호'에서 '보호'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늑대를 가축 피해의 주범으로 여기는 이들 사이에서 불법 포획이나 보복성 도살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WWF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늑대에 대한 증오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멸종 위기종인 마르시칸 갈색곰의 서식지이기도 한 이 공원에서 이러한 무차별 독극물 살포는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수사 당국은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의 종류를 파악하는 한편, 인근 지역에 추가로 설치된 독 미끼가 있는지 정밀 수색을 벌이고 있다. 현지 검사는 "늑대는 이 지역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라며 "야생동물 불법 살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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