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상' 하인츠 야니쉬 "문학은 세상을 빛나게 하는 일"

기사등록 2026/04/21 14:07:55

예술위 문학후원레지던시로 첫 내한

"책은 상상력을 채우는 공간"

상상력·유년의 기억…아동문학의 힘

[서울=뉴시스] 2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하인츠 야니쉬가 기자들과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6.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문학인으로서 세상에 용기를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빛을 비추고, 온기를 주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 모두가 하는 일은 이 세상을 빛나게 하는 것이죠."

2024년 '아동문학계 노벨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오스트리아 대표 아동문학 작가 하인츠 야니쉬(Heinz Janisch·66)가 한국을 찾았다.

야니쉬는 안데르센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단에게 "독자의 상상력에 여백을 남기는 짧은 형식의 대가"라는 평을 받는 등 간결한 형식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꼽힌다.

이에 아동문학의 범주를 어린이에 한정하지 않고, 성인에게까지 확장해 '공동 독서'를 통해 교훈을 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라디오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그의 경험이 작품에 투영된 것이다. 2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당시 일화를 전했다.

빈대학교에서 독문학과 언론학을 전공한 야니쉬는 어린이 신문사와 라디오 방송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아동문학을 다수 접하면서 작가들을 인터뷰하거나 연세가 있는 어른을 통해 역사를 전달하는 프로그램 등을 기획했다.

당시의 경험은 곧 이야기를 구현하는 방식과 책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달았다.

야니쉬는 "한 인간의 근간은 유년기에 형성된다는 사실을 (이때) 깨달았다"며 "여러 업적을 세운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어린 시절 사소한 기억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어린시절 경험한 것들이 성장에 자양분이 되는 것을 깨달은 그가 아동문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확실하게 된 셈이다. 그가 앞서 문학이 세상을 빛나게 해줘야한다고 강조한 것과 맞물린다.

대표작 '전쟁의 이유'는 어린이에게 전쟁의 무의미함을 전한다. 야니쉬는 "군복을 벗으면 우린 다 똑같은 사람이다. 속옷만 걸치고 있으면 적군과 아군이 구별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불안한 국제정세가 지속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우크라이나 인접 지역인 오스트리아에는 많은 사람이 난민으로 넘어왔다고 한다.

야니쉬는 "학교에서도 전쟁을 크게 다루고 있다. 제 딸의 학교에서는 전쟁이 무엇이고, 피난 온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하는지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다른 대표작 '안데르센의 마지막 선물'을 직접 보여주면서 색이 표현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집필 철학이 녹아져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2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하인츠 야니쉬가 기자들과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6.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동문학이 어린이와 성인이 화합하는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아이들이 처음 겪는 감정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어른들이 느끼고,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새롭기에 하나의 모험이 되는 것을 인정해주고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책은 상상력을 확장시키므로 독서가 중요한 점을 역설했다. 그가 의도적으로 짧은 형식을 고수하고, 많은 여백을 두는 것이 이 부분에 있다.

"책은 상상력을 발휘해주는 공간이에요. 한 여자 아이가 저에게 제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공간이 많아서 자신의 상상력으로 다 채울 수 있는 점을 알려줬어요."

상상력은 누구에게도 국한되지 않기에 "연령대를 구분해서 작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2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하인츠 야니쉬가 기자들과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26.04.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첫 내한인 야니쉬는 "(한국의) 고전과 현대가 만난다는 점이 감명 깊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오스트리아와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웃었다.

이번 내한은 한국예술위원회의 문학후원레지던시 사업으로 이뤄져 지난 2일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오는 24일까지 남이섬 호텔정관루(2~17일)와 서울프린스호텔(17~24일)에 입주해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국내 아동문학 작가들과의 간담회 및 대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야니쉬는 "남이섬의 자연 풍경이 창작활동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7개의 한국 전래동화를 자신만의 글로 재해석하는 창작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1920년대 한국 구전동화를 모아 독일어로 현지 출간된 책을 한국 방문 전에 접했다. 구전동화 '거울을 처음 본 사람들'을 모티프로 하는 이야기가 실릴 예정이다.

야니쉬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한국에서 섭외해서 함께 협업한 그림책을 냈으면 좋겠다"며 바람들 드러냈다.

야니쉬는 안데르상을 수상했을 때 한국 대표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 이금이가 함께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금이가 2024년에 이어 올해 두 차례 최종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을 받지 못한 점에는 "저도 3번째 최종후보에 올랐을 때 받았다"며 "한번 더 (후보에) 오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야니쉬는 이날 오후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과 대담을 갖고 자신의 작품 세계와 창작 철학에 대해 들려줄 예정이다. 24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남은 창작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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