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정 vs 자산 이동 제한…업계 "일반적이지 않아"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경쟁사인 업비트에서 파이버스 코인이 신규 상장하자 해당 코인의 출금 한도를 대폭 축소했다.
빗썸은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이라는 입장이지만,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이 급증하는 시점에 맞춰 단행된 이같은 조치에 일각에선 이용자 자산 이동을 사실상 제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비트에 상장하자 '출금 한도'낮춰…빗썸 "보호 장치"
21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지난 20일 오후 4시 파이버스를 신규 상장하고 원화, 비트코인, 테더 마켓 거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거래 지원을 기념하고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 30만 파이버스 규모의 트레이딩 이벤트도 시작했다.
같은 날 빗썸은 파이버스를 한 번에 또는 하루 동안 외부로 옮길 수 있는 출금 한도를 크게 낮췄다. 기존 1회·1일 출금 한도는 8만5000파이버스, 월간 한도는 220만파이버스 수준이었으나 상장 이후 1회·1일 한도는 1200파이버스, 월간 한도는 2만4000파이버스로 축소됐다.
사실상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옮기기 어렵게 만든 조치로 업비트 상장 직후 거래소 간 자금 이동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과거에도 빗썸은 다른 거래소 상장 시점에 맞춰 비슷하게 출금 한도를 줄인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내용을 공유하며 "한번 들어가면 사실상 외부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 "과거에도 업비트와 상장 시점이 겹치는 종목에서 유사한 출금 제한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빗썸 측은 출금 정책은 기존에 마련된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특정 시점에 자산이 외부로 급격히 이동할 경우 가격 급등락 등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종목별로 출금 한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빗썸은 이용 가이드를 통해 모든 가상자산에 동일한 리스크 평가 기준을 적용하되, 그 결과에 따라 종목별 출금 한도는 차등 적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변동성이 크거나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는 보다 보수적인 보호 조치를 적용한다는 취지다.
적용 기준은 전일 종가 기준 원화 환산 예치 잔고가 100억원 미만이거나, 이용자 보호 및 거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종목이 대상이다. 출금 한도는 해당 종목 예치 잔고의 0.1% 수준으로, 개인 기준 1일 출금 가능 물량이 제한된다.
빗썸 관계자는 "당사 가상자산 출금한도 정책은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관리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유동성이 낮은 종목은 소수의 대량 출금만으로도 시장에 큰 충격을 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이러한 시장 왜곡 현상을 방지하고, 모든 이용자가 보다 안정적인 가격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자산 규모별 최적화된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왜 거래소가 출금 제한…"일반적이지 않아"
그러나 업비트를 비롯한 경쟁 거래소는 물론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서는 이 같은 조치가 이용자 자산 이동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자 자산의 외부 이전은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는데, 거래소 판단에 따라 이를 제약하는 것은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특정 거래소 상장 시점마다 출금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이 반복될 경우 시장 안정 조치라기보다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정상적인 자금 이동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출금 한도 축소가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회 출금 가능 물량이 줄어들 경우 동일한 자산을 옮기기 위해 여러 차례 출금이 필요해지고 그 과정에서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출금 한도 제한은 목적과 기준이 명확해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다"며 "변동성 관리라는 명분은 이해되지만, 업계 전반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ewo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