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미국 국방 양해각서 체결로 주목 높아진 말라카 해협
러, 지중해 진출의 관문 튀르키예 해협은 ‘세계 식량 수송 길목’
베링 해협, 북극해 항로 개통되면 중요한 병목 지점 부상 전망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원유 수송의 20% 가량을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해상 물류의 길목인 주요 해협과 운하 등이 막히는 경우 그 파급 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복귀한 뒤 느닷없이 “파나마 운하를 무력으로라도 되찾겠다”고 밝혀 미국과 중국간에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세계에는 주요 강대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걸린 해협이 적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 다음으로 어디가 잠재적인 갈등 포인트가 될지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 중국에 ‘말라카 딜레마’, 말라카 해협
인도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말라카 해협과 싱가포르 해협은 원유 및 석유의 일일 수송량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약 800km 길이의 이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은 2해리(약 3.7km)도 되지 않는다.
전 세계 무역량의 거의 40%와 전 세계 해상 석유 및 기타 액체 화물의 약 3분의 1을 수송한다.
인도네시아가 13일 미국과 국방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국이 인도네시아 영공 비행을 포괄적으로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영공 비행 허가 여부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석유 수입을 위해 이곳에 크게 의존해 ‘말라카 딜레마’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전했다.
중국이 말레이시아를 좌우로 관통하는 운하를 건설하거나 파키스탄 등을 통해 인도양에 직접 접근하려고 하는 것도 미국 영향력 하의 이 곳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 러시아 지중해 진출의 관문 튀르키예 해협
보스포러스 해협, 마르마라 해, 다르다넬스 해협 등으로 이루어진 약 300km 길이의 해협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가른다.
흑해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유일한 자연 해상 통로로 러시아의 지중해 진출 길목이다.
튀르키예는 1936년 몽트뢰 협약에 따라 해협의 외국 군함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의 곡물 수출 통로로 특히 세계 비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그해 7월 러시아,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유엔이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를 선언할 정도로 세계 식량 안보의 핵심 수송로다.
◆ 수에즈 운하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는 1869년 개통 이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해상 항로로 아프리카를 돌아가지 않아도 됐다.
전 세계 무역량의 10분의 1 이상,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이곳을 통과한다.
2021년 3월 에버 기븐호 컨테이너선 좌초 사고로 홍해가 막혀 매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화물 운송을 지연시킨 사건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에 대한 세계 무역의 의존성을 부각시켰다.
수에즈 운하의 남쪽 해상 관문 역할을 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이란 전쟁이 확산되면 후티 반군이 봉쇄할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가자 전쟁 이후 2023년 11월 이후 후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홍해 상선 공격으로 주요 해운 회사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했다.
가장 좁은 지점이 약 26~30km에 달하는 이 해협이 폐쇄되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4분의 1이 차단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지중해와 대서양 잇는 지브롤터 해협
대서양에서 남유럽과 북아프리카로 향하는 소비재의 주요 수송로로 가장 좁은 지점은 약 14km에 달한다. 1713년 유트레이트 조약에 따라 할양된 영국의 해외 영토다.
스페인이 주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의 법적 통제권은 유지되고 있다.
스페인과 모로코 간의 지정학적 긴장, 지브롤터의 지위를 둘러싼 문제, 해적 행위 및 밀수 등이 잠재적 긴장 요인으로 남아있다.
◆ 대만 해협과 루손 해협
대만과 중국 푸젠성 사이의 해협으로 전 세계 컨테이너선단의 약 절반과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5분의 1 이상을 수송한다고 SCMP는 전했다.
길이 약 400km, 폭이 최소 130km에 달하며 대만이 첨단 반도체 생산량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해상 운송로 역할을 한다.
17일 일본 군함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은 이튿날 동중국해에서 해공군 합동 순찰을 벌이고, 19일에는 서태평양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등 동북아에서 가장 민감한 곳 중 하나다.
루손 해협은 폭이 약 250km에 달하는 곳으로 대만과 필리핀 군도의 북부 지역인 루손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연결에 필수적인 해저 광섬유 케이블이 촘촘하게 깔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만 해협의 대체 항로로 여겨지는 루손 해협은 태평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한다.
◆ 북극해 항로 열리면 역할 커질 베링 해협
베이징대 선전대학원 연구진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100년까지 북극해는 모든 주요 선박 유형의 연중 항해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북극해 항로가 전 세계 해상 운송량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물동량이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를 넘어설 것이라고 베이징대 연구진은 밝혔다.
북극해 항로가 개통되면 베링 해협이 중요한 병목 지점으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극해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이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이 약 80km로 러시아와 미국이 마주보고 있는 것이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랜드를 매입하거나 점령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중국의 북극해 항로 진입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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