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이란 엇갈린 메시지
선박 회항·에너지 공급 불확실성 확대
20일 협상 전망도 불투명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과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선언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란 군이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자국의 "엄격한 통제" 아래에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유조선을 향한 발포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란 통합사령부 카탐 알안비야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으며, 현재 해협은 군에 의해 완전히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약속을 반복적으로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는 비판도 함께 내놨다.
이란 측 협상 책임자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 역시 트럼프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한 시간 동안 일곱 가지 주장을 했지만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그는 "봉쇄가 지속되는 한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협 개폐 여부는 "소셜미디어가 아닌 전장 규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속 고속정이 해협을 통과하려던 유조선을 향해 발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선 교신 기록에는 선박이 "통과 허가를 받았다"고 항의하며 구조 신호를 보내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 이후 해협을 통과하려던 선박 대부분이 항로를 바꿔 회항했으며, 일부 중동 및 중국 소유 선박만 제한적으로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무기한 중단하고 고농축 우라늄을 넘기기로 했다고 주장하며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에 유가와 가스 가격은 급락했다.
이 같은 낙관론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휴전 기간 해협이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확산됐지만, 이후 이란 내부에서 잇따라 반박이 나오며 상황은 급변했다.
이란 협상팀 일원인 보수 성향 의원 마흐무드 나바비안은 통행료 부과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고,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타스님 통신은 아라그치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 TV에서 "이란의 농축 우라늄은 어디에도 넘겨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번복' 패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종전 임박을 주장했지만, 이란은 매번 강경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 행정부는 이를 협상 압박 전략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신뢰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상황은 고무적이지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날 프랑스·영국 주도로 열린 화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돌파구 마련" 발언에도 각국 정상들은 회의를 중단하지 않고 대응 방안을 계속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성과를 선제적으로 발표해온 전례를 감안한 것이다.
차기 협상은 파키스탄 중재 하에 20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릴 가능성이 거론되며, JD 밴스 부통령이 대표단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미국의 "해군 봉쇄와 과도한 요구" 때문에 새로운 협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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