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워싱턴 3자 회담 참가 전에 군장교 13명 장례식 거행

기사등록 2026/04/12 08:53:23

나바티예 부근 레바논 사령부 폭격으로 14명 살상

지난 주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장례식 행렬 줄 이어

국민 반발로 살람총리 보안 이유 워싱턴 회담 불참

[ 시돈( 레바논)=AP/뉴시스] 이스라엘의 10일 레바논군 사령부 폭격으로 살해 당한 13명의 보안군의 한 부인이 11일의 매장식에서 남편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사망자 가운데에는 사흘전 결혼식을 올린 20대도 포함되어 있었다. 2026.04. 12. 
[시돈( 레바논)= AP/ 뉴시스] 차미례 기자 = 레바논과 이스라엘, 미국이 워싱턴에서 3자 회담을 하기 전 11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는 전 날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사한 레바논 보안군 장교 13명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의 통곡과 사망한 아빠를 부르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총기로 무장한 동료들은 먼저 간 사람들의 안장식을 거행하며 드러내 놓고 울음을 계속했다.

지난 일 주일 동안 레바논 전국에서는 이와 비슷한 장례식이 수백 번 거행됐다.  이스라엘이 이란이 후원하는 헤즈볼라의 시설과 병력을 뿌리 뽑겠다며 레바논 국경 지대 뿐 아니라 전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전쟁은 이보다 더 큰 미-이스라엘 군과 이란의 전쟁의 와중에도 계속되었다.  레바논은 지금까지 국민 2020명이 죽고 수 천명이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10일 한꺼번에 그처럼 많은 보안군이 죽게 된 것은 이스라엘군이 남부 나바티예 시내에 있는 군 사령부들을 표적 공습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수도 베이루트 일대를 공습해서 350여 명을 살해,  레바논의 최근 피해 중 역사상 최악의 단일 전투 사망자를 냈다.

군인인 아버지 하산 타르히니를 10일 폭격으로 잃은 아들인 컴퓨터 공학과 대학생 아담 타르히니(20)는 "우리는 보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가는 지금 어디 있는가"하고 반문했다.

장례식장의 이런 분노가 전국민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지금, 레바논은 외교관계가 없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와 함께 워싱턴에서 수 십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대화를 시작하려 하고 있다. 
 
회담을 앞두고 레바논에선 반정부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나와서 양국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휴전을 요구한 나와프 살람 총리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워싱턴 회담은 정전과는 무관하다면서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군 헤즈볼라의 무장 해제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11일 발언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헤즈볼라의 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그 다음에 진지한 평화 회담을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의 주장은 이스라엘이 네타냐후의  그 발언 몇 시간 전에도 폭격을 계속하는 것을 목격한 레바논 국민들에겐 먹혀 들지 않고 있다.
 
국제 전략 연구소의 중동 프로그램 담당 모나 야쿠비안 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헤즈볼라는 오히려 레바논 국민의 지원이란 무기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이 ( 테러 집단이 아니라) 실제로는 레바논군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다는 명분이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내의 긴장상태와 민중 봉기의 잠재적 위험까지 안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살람 총리는 11일 워싱턴에 가는 것을 연기했다며 "현재 국내의 상황 때문"이라고 밝혔다.

총리의 불참으로 워싱턴 회담 자체가 결렬되진 않는다.  1차 회담은 대사급 회담이 되기 쉽다.

하지만 살람 총ㄹ가 "국내 안보상황과 레바논 국민의 단결을 위해" 베이루트를 못떠나는 것은 레바논 정부가 이스라엘, 헤즈볼라 같은 더 강한 세력에 공공연히 맞설 만한 힘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날 시돈 시내의 레바논 보안군 사령부를 폭격해서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14명의 장교를 강타했다.  이 중 13명이 즉사했고 생존자 1명은 중화상으로 치료 중이다.

사망자 중 최연소자인 25세의 칼릴 알- 믹다드는 죽기 사흘전에 결혼실을 올렸다.  신부 아마니는 활짝 웃고 있는 결혼식날 사진을 들고 몽롱한 표정으로 통곡하는 문상객들 사이를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들이 칼릴을 죽였어.  내 사랑하는 칼릴을 죽였어"하고 중얼거리던 그녀는 마침내 비명과 통곡을 쏟아냈다.

이번 공습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스라엘군은  10일 나바티예 소재 헤즈볼라군 시설을 폭격한 사실을 인정했다.  "레바논 보안군의 피해에 대한 보고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사건에 대해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날 매장된 보안군 가족들은 시돈 부근의 시아파 마을 하렛 사이다를 굽어 보는 뒷산 묘지에 모여서 장례를 치렀다.

몇 명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기절하거나 쓰러져 들 것에 실려서 후송되었다.

이곳 주민을 비롯한 레바논 인들은 이스라엘 군이 이처럼 내륙 깊은 곳의 자기 마을까지 공격한 데 대해 충격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전국 곳곳에서 공습 경보와 대피령으로 100만 명 이상을 집을 떠난 피난민으로 만들었다.

나바티예에서는 몇 주일 전 최대 공동묘지까지 공습을 당해서 시돈 같은 임시 묘지에 모여 있던 남부 국경 출신의 수만 명의 시아파 주민들이 다시 대피할 곳을 찾아 떠나기도 했다. 
 
레바논 국민들은 애초에 헤즈볼라가 전쟁을 떠 맡게 된것은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여기고 앞으로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점령지를 넓혀 갈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 국경 안쪽 8~10 km지역을 비무장 지대로 조성하고 있다며 헤즈볼라 공격을 빌미로 사실상 영토확장을 선언했다.


[베이루트=AP/뉴시스]레바논의 반정부 시위대가 4월 11일 수도 베이루트의 나와프 살람 총리 공관 앞에서 헤즈볼라 깃발을 흔들며 "저항은 국민의 선택이다"라고 외치고 있다. 2026.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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