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2일차 '6척 통과'…첫날에는 4~5척
트럼프 "이란 형편 없어…합의 위반"
모즈타바 "순교자의 피값 요구할 것"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이란 정권이 첫 대면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휴전 합의 이틀째인 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척 안팎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있다"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고, 만약 하고 있다면 당장 중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후 별도 게시물에서도 "석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문제에 이란이 매우 형편없는(very poor) 일을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불명예라고 말하기도 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맺은 합의가 아니다"라고 이란을 재차 비판했다.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을 전제로 2주 휴전을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이 그대로 막혀 있다는 지적에 거리를 두며 상황을 관망해왔다. 8일에는 "합작법인(joint venture) 형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며 통행료 공동 징수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을 앞두고 해협 통제권 '굳히기'에 들어가자 압박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이유로 해협 봉쇄 유지를 사실상 공식화했고, 물동량 확대를 대(對)미국 협상의 핵심 지렛대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우리가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과 순교자들의 '피값', 다친 이들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요구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의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란 항만 당국은 8일 모든 선박에 이란 본토 연안의 라라크섬 인근 항로로만 통항할 것을 통보했다. 기뢰 위험을 이유로 들었으나 해협 통제권 강화 조치로 풀이된다. 또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휴전 하에서는 하루 15척 이하 선박만 해협 통과가 허용된다"고 밝혔다.
이란은 휴전 전 추진하던 통행료 체계 구축도 기존 계획대로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산 물자를 실은 선박은 무료 통과, 우호국 선박은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 부과, 미국·이스라엘 연관 선박은 차단하는 3단계 구조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해협이 완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이란의 위협으로 선박들이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선박의 해협 통과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휴전 합의 이틀째인 9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6~8척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CBS가 선박 추적 업체 마린트래픽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실은 유조선 2척, 일반 화물선 3척, 급유선 1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선박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운항할 경우 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통항량은 6척 이상일 것으로 보이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화물선 8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전했고, S&P인텔리전스는 8~9일 통항량을 9척으로 집계했다. 휴전 첫날에는 4~5척이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NBC는 "정확한 수치는 불확실하지만,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지나던 것에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치"라며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완전한 재개방'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해운단체 발틱국제해사협의회(BIMCO) 관계자는 "업계는 미국과 이란의 통항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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