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진주층 '온대 산간 사바나' 기후 드러나

기사등록 2026/04/07 18:42:10 최종수정 2026/04/07 20:06:23

식물 화석 400여점 분석, 극심한 건조 환경 세계 최초 확인

[진주=뉴시스]건조기후에 적응된 소엽침엽수 (카이로레피드과 [Cheirolepidiaceae] 등)의 대표 사진.(사진=진주교대 제공).2026.04.07.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진주=뉴시스] 정경규 기자 = 1억1000만년전 한반도 남부는 안데스 산맥 같은 거대한 산맥에 가로 막혀 비가 적게 내리는 메마른 '사바나' 환경이었음이 식물 화석을 통해 새롭게 밝혀졌다.

미국 UC 버클리대 박사과정인 이재민씨와 진주교육대학교 김경수(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교수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진주시 정촌면과 사천시 서포면 소재 진주층(약 1억1200만~1억600만년전)에서 발굴된 400여점의 식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 당시 이 지역이 '온대 산간 사바나' 생태계였음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백악기 식물 생태계가 단순히 위도에 따라 '아열대-건조' 또는 '온대-습윤'으로만 나뉜다는 기존 학계의 이분법적 정설을 뒤집는 것으로 백악기 연구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백악기 연구(Cretaceous Research)'에 게재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경상분지(경상남북도 일대의 거대한 퇴적 분지) 동쪽의 아시아 대륙 가장자리에는 안데스 산맥과 유사한 해발 2500m가 넘는 거대한 산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높은 산맥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비구름을 가로막는 이른바 '비 그늘(Rain shadow)' 효과가 발생해 산맥 뒤편에 위치한 진주 일대에는 건조한 기후가 형성됐다.

실제 연구진이 발굴한 식물 화석의 대부분은 가뭄을 견디기 위해 잎을 뾰족한 비늘이나 바늘 모양으로 진화시킨 건조 적응형 침엽수(체이로레피드과)를 포함한다. 이는 마치 오늘날의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처럼 듬성듬성 나무가 자라는 건조한 초원 및 숲의 모습을 띠었음을 의미한다.

특이할 점은 이렇게 척박하고 건조한 기후 속에서도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북방계 온대성 식물 화석(Krassilovia, 도일목 등)이 함께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 식물들은 주로 캐나다, 러시아, 몽골 등 비가 많이 오는 고위도 습윤 지역에서만 발견되던 종들이다.

연구팀은 진주 일대에 넓게 퍼져있던 강과 호수 시스템이 가뭄 속에서도 수분을 공급하는 '수문학적 피난처(오아시스)'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비록 지역 전체는 메말랐지만, 호숫가 주변의 습지에는 생명수가 유지되어 북방의 온대성 식물들이 건조한 환경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온대성 습윤 식물들은 다른 고위도 지역에서도 늪지대와 같이 생태적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에서 자랐던 종들로, 환경적 스트레스에 적응된 식물들이 산간 지역의 경상분지에 서식했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한, 이번 연구는 왜 백악기 중기에 전 세계적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속씨식물(꽃피는 식물)'이 한반도(경상분지)에서는 유독 늦게 등장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이번 진주층 식물 화석 연구는 1억1000만 년 전 한반도의 지형과 기후가 어떻게 생태계를 독창적으로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공룡 발자국 화석으로 유명한 진주층이 식물 진화와 고기후를 이해하는 데에도 세계적인 가치가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밝혔다.
[진주=뉴시스]전기 백악기의 동아시아 지형도 및 경상분지의 위치.(사진=진주교대 제공).2026.04.07.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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