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전쟁·가스관 폭발 '진흙탕' 선거…오르반 패배 땐 '트럼프 구상' 치명타
6일(현지시간) 미국 액시오스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12일로 예정된 헝가리 총선을 앞두고 부다페스트를 방문한다. 이번 방문의 핵심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자산이자 '기독교 민족주의' 통치의 롤모델인 오르반 총리의 선거 승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 16년간 헝가리를 통치하며 전통적 가치와 강력한 국경 통제를 결합한 '트럼프식 통치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온 인물이다.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현재 집권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려 있다. 부패와 경제난을 정면 비판하는 페테르 머저르 후보가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하며 16년 장기 집권 체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르반의 패배가 곧 미국 우익이 신봉하는 '기독교 민족주의' 세계관의 실패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밴스 부통령을 보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선거를 앞둔 헝가리 현지는 사실상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다. 최근 유출된 녹취록에는 헝가리 외무장관이 러시아 측에 대러시아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항상 당신의 처분에 따르겠다"라고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파문이 일었다. 반면 오르반 정부는 러시아 정보요원의 활동을 폭로한 기자를 간첩 혐의로 기소하며 압박하고 있다. 또한 지난 5일에는 세르비아발 가스관 인근에서 폭발물이 발견되는 등 물리적 파괴 공작 징후까지 포착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트럼프)·러시아' 대 '유럽연합(EU)·우크라이나'가 맞붙는 기묘한 국제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정권은 오르반 총리의 승리를 바라는 반면, EU와 우크라이나는 그의 퇴진을 열망한다. 오르반 총리는 그간 EU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차단하고 러시아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러시아의 실질적인 방패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에너지와 국방 협력을 강조하며 오르반 정부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오르반 총리가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동맹 관계를 다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12일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가 패배할 경우, 유럽 내 민족주의 세력을 규합해 글로벌 영향력을 넓히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근간부터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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