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서류에 짓눌린 중·고교 교사…93% "평가계획서 과도"

기사등록 2026/04/07 10:51:29 최종수정 2026/04/07 11:56:24

중등교사노조, '중등 평가 정책 인식 조사'

교사 75% "평가 민원 발생 시 보호 못 받아"

[뉴시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중·고등학교 교사 10명 중 9명은 교수학습·평가계획서의 분량과 구성이 과도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의 75%는 평가 관련 민원이 발생할 경우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며 공교육 평가 체제가 교육적 성취보다 행정적 형식과 민원 대응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7일 중등교사노동조합(중등교사노조)이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을 대상으로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수학습·평가계획서의 분량과 구성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응답은 68%(1518명)에 달했다. '다소 과도하다'는 답변은 26%(587명)였다.

반면 분량과 구성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5%(124명), '추가해야 한다'는 반응은 1%(26명)에 그쳤다.

평가와 구성이 과도해 발생하는 문제로는 '실제 수업과 평가 운영의 괴리'가 46%(1891명)로 가장 많이 꼽혔다.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오히려 지장을 준다'는 응답은 26%(1073명), '교사의 수업설계와 평가 자율성이 위축된다'는 반응은 23%(944명)를 차지했다.

중등교사노조는 "평가계획서가 수업과 평가 설계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행정 점검을 위한 문서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평가 관련 민원 발생 시 교육 당국의 지원 체계가 잘 작동하지 않아 교사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75%의 교사가 (1705명) 평가 관련 민원 및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교육당국의 지원 체계가 교사를 보호하지 못하고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된다'고 응답했다. '지침은 있으나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이 미흡하다'는 답변은 24%(536명)였다. '충분히 보호받고 있고 지원 체계가 잘 작동한다'는 응답은 1%(19명)에 불과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행평가 시 인공지능(AI) 활용 관리 방안'이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73%(1637명)의 교사는 해당 지침이 현장에서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어려움은 있으나 실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은 26%(578명)였다.

교육부가 '과도한 준비가 필요한 암기식 수행평가'를 규제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학력 저하, 평가권 위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교사 36%(1554명)은 '학력 저하'를, 34%(1474명)는 '평가권 위축'을 예상했다. 28%(1225명)는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초 지식과 사고력의 관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등교사노조는 "암기식 수행평가 금지, 서·논술형 평가 확대, AI 활용 평가 도입 등 이른바 미래교육 정책은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기초학력 저하 우려, 사교육 의존 증가, 평가 공정성 문제, 교사 책임 증가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며 "교사들은 미래교육의 방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설계가 오히려 공교육을 약화시키고 교육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평가의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방향이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지, 그 과정에서 공교육 평가가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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