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비·환율·유가 3중고…실적 타격 우려
철강·알루미늄 원가 압박, 부품 수급 차질 직면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서 기대했던 '종전 선언'이 나오지 않으면서, 물류비 절감과 공급망 정상화를 기다리던 국내 가전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동 분쟁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해상 운임과 환율, 원자재 가격이 변동성을 키우며 수익성 관리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모습이다.
3일 가전업계는 지난 1일(현지시간) 진행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서 기대했던 '종전 언급'이 구체화되지 않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동 분쟁이 단기간 내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물류비 부담이다. 해상 물류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1826선까지 급등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봉쇄에 가까운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면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의 통행료 계획까지 추진 중이다.
2월 중순만 해도 이 지표는 1200선 중반에 불과했지만, 중동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뛰고 있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110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가전제품은 부피가 커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만큼, 운임 상승은 영업이익을 직접적으로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과거 2024년 물류 대란 당시 삼성전자의 운반비는 3조원에 육박해 전년 대비 72% 오르고 LG전자는 16.8% 상승한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가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환율도 심각하다. 원·달러 환율은 1510원선까지 치솟으며 핵심 부품 수입 비용이 늘었다.
여기에 미국이 2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철강 함량 비중에 따라 '최대 50%'까지 부과되던 관세가 완제품 가격 기준 '25% 일괄 적용' 방식으로 변경되자, 세탁기와 냉장고 등의 손익 계산이 한층 복잡해진 모양새다.
유가 급등에 플라스틱 등 기초 원료 가격도 폭등했다. 외장재와 내부 부품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t당 1171달러로 한 달 새 2배 가까이 올랐다.
소재 공급망 위기는 석유화학 제품을 넘어 금속 원자재로까지 확산 중이다. 가전제품의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 가격은 최근 1년 새 40%가량 급등하며 t당 3500달러를 돌파했다.
알루미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 특성상 국제 가격 상승분은 고스란히 제조 원가에 반영된다.
특히 미국이 수입산 알루미늄을 사용한 완제품에 대해 과세 표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가전업체들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우려가 높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단기간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전업계에서는 물류 항로가 원상 복구되더라도 원자재 수급이 정상화되는 데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료 입고부터 부품 생산, 최종 제품 운송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의 연쇄 고리가 회복되는 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전망도 어둡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가전 품목의 지수는 51.3에 불과했다.
이는 긍정적 기준치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15대 주력 품목 중 최하위 수준이다.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 심화에 중동 사태까지 겹친 결과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종전 선언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다만 1~2개월치 단기 재고는 미리 확보해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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