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戰 지원 거부 탓하지만 나토 개입 의무 없어"
"나토 조약상 탈퇴 가능…통보시 1년 유예 후 탈퇴"
"美 헌법, 조약 탈퇴 규정 無…국내법, 나토 탈퇴 제한"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이란 전쟁 지원 거부를 이유로 나토 탈퇴를 공언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종전 후 미국이 나토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 재고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지원을 거부한 것에 대해 "정말 믿기 어렵다. 자동으로 이뤄졌어야 했다"고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나토 회원국들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거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핵협상 도중 공격하기 전 나토 회원국들에게 사전에 통보하거나 관련 상의를 하지 않았다.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는 미군의 자국 기지 사용을 불허하거나 '방어적 목적'으로 범위를 제한했다. 폴란드는 자국에 배치된 방공 미사일 패트리엇 일부를 중동으로 재배치하자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했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어느 국가도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호르무즈 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1949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덴마크 등 12개국으로 출범한 나토는 2일 현재 3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나토 창설 이후 탈퇴한 국가는 없다.
◆"美, 이란 선제 공격..나토 자동 개입 의무 없어"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이란 전쟁에서 나토가 미국을 지원하거나 지지하기를 거부했다는 점에 기인한다'며 "하지만 나토 헌장 어디에도 회원국들이 그럴 의무는 없다. 미국은 공격받은 것이 아니다. 사전에 동맹국들과 협의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토 조약 4조는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하면 당사국들은 언제든지 함께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약 5조는 유럽 또는 북미에 있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을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북대서양 지역 안보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무력 사용을 포함한 조치를 공동으로 하도록 했다.
다만 같은 조약 6조는 회원국에 대한 공격 범위를 유럽 또는 북미에 있는 회원국의 영토, 튀르키예의 영토, 북회귀선 이북 북대서양 지역에 있는 당사국 관할권 하에 있는 도서에 대한 공격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나토 조약상 美 탈퇴 가능…美 탈퇴 제한하지만 우회 가능"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킬 수 있을지는 해석이 분분하다.
미국의 나토 탈퇴는 국제법상 가능하다. 나토 조약 13조는 회원국은 미국 정부에 탈퇴 통보를 한 지 1년 후에 회원국 지위를 종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 이름으로 탈퇴를 통보하면 1년간 유예를 거쳐 자동 탈퇴되는 구조다.
국제법상 국가원수는 조약이 탈퇴를 허용하고 그 절차를 준수한다면 탈퇴할 권한을 갖는다.
미국 국내법은 논란의 소지가 존재한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이 연방 상원(100석) 3분의 2 동의를 얻어 조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조약 탈퇴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2023년 '대통령이 상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또는 의회의 입법 없이 나토 탈퇴를 단독 통보할 수 없다(1250A조)'는 내용을 담은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의결했다. 미국 상원은 현재 공화당 53석, 민주당 45석, 친민주당 성향 무소속 2석으로 나토 탈퇴가 쉽지 않은 구조다.
가디언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NDAA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의회 승인 없이 나토 탈퇴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5월 '항공 자유화 조약'을 탈퇴할 때도 '2020회계연도 NDAA'이 규정한 의회 통보 규정을 무시한 바 있다.
미국 법무부 법률자문국은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20년 조약 탈퇴에 대한 배타적 권한은 의회가 아닌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의회 조사국은 지난 2월 법무부 법률자문국 해석이 법원이나 의회를 구속하지 않지만 행정부가 이를 근거로 NDAA의 위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조사국은 '누가 소송을 할 수 있는가(원고 적격)'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DAA 위반으로 인한 구체적 피해와 법원이 이를 구제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조약 탈퇴를 포함한 외교 사안에서는 원고 적격을 충족하지 못해 소송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다.
스콧 앤더슨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겸 로페어 편집장은 앞서 폴리티코에 "NDAA는 철벽이 아니다"며 "이는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한다면 법정에서 싸워야할 것'이라는 의미 정도"라고 말했다.
커티스 브래들리 시카고대 법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나토) 탈퇴를 선언한다면 의회에 원고 적격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기관간 충돌을 사법적 개입보다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정치적 문제'로 간주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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