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 발표
3세 이상 인지 교습 하루 '3시간 초과' 금지
규제는 '환영'…실효성·단속 한계는 '우려'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기형적으로 팽창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이 아동 발달을 저해한다는 비판 속에 정부가 유아 인지 교습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한다. 교육 당국은 "강력한 대책"이라고 자평했지만, 현장에서는 규제가 느슨해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1일 '영유아 사교육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비정상적으로 팽창한 영유아 사교육 시장을 바로잡고, 과도한 조기 경쟁과 선행학습으로 인한 발달 저해·정서적 부담 가중 등 아동학대적 양상까지 나타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레벨테스트, 유해 교습 행위, 과대·허위광고를 금지하고 공교육·보육 기반을 강화하며, 대국민 캠페인을 통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뼈대로 한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유해교습행위 금지'다.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학원법) 개정을 추진해 인지 교습을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3세 미만 영아에게는 인지 교습을 전면 금지하고, 3세 이상 유아에게는 1일 3시간·1주 15시간을 초과하는 인지 교습을 금지한다.
인지 교습이란 교습자 주도로 문자·언어·수리 등 교과목 위주의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주입식 교습 행위다. 인지 교습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교구·교재의 성격, 공간 형태, 교수법의 주도성 등이 핵심 기준이 된다.
가령 수학에서 숫자 카드를 보여주며 1~100까지 순서대로 외우게 하거나, 영어에서 'A는 Apple'이라고 칠판에 적고 10번씩 따라 읽게 하는 방식은 인지 교습에 해당한다. 반면 놀이 중 "모래성에 몇 개의 깃발을 꽂아볼까"처럼 자연스럽게 수 개념에 노출하거나,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교사와 유아가 함께 버스 탄 상황을 가정해 경적에 맞춰 점프하고 앉는 동적인 놀이를 전개하는 경우는 인지 교습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교육부는 3세 이상 유아의 인지 교습을 1일 3시간으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2019 개정 누리과정'은 1일 4~5시간을 기준으로 운영되지만, 이 중 2시간 이상의 충분한 놀이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휴식과 상호작용 등 발달에 적합한 필수적인 경험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며 "뇌의 인지 기능이 미성숙한 취학 전 유아에게 초등 저학년의 하루 정규 학습량(4~5교시)을 뛰어넘어 인지 교습을 받게 하는 것은 유해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인지 교습 시간을 제한한다는 점 자체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해서라도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까지는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이미 인지교습 시간이 하루 3시간 미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이번 대책이 현장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한 유명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시간표를 살펴보면 인지 교습 시간은 하루 1시간 30분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영어를 활용한 놀이 교육으로 채워졌다.
구 소장은 "현재의 교습 행위에 대한 규제로서는 너무 느슨하다"며 "인지 교습을 3시간이라고 했다면 그건 그냥 기존대로 영업하라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교육 기관의 상품 운영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규제를 하는 수준은 맞지 않다. 1일 3시간보다는 더 낮춰야 한다"며 "작년 강경숙 의원이 대표 발의했던 학원법 개정안에는 36개월 이상의 학교교육과정 교습을 하루 40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그런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지 교습 시간을 제한하면 오히려 과제를 늘리거나 과외를 동원하는 등 편법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원에 있을 때는 놀이 중심으로 교육하고 아이들을 집에 보낼 때는 과제 등을 부여할 수 있다"며 "그런 방식의 편법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단속의 현실적 한계도 언급됐다. 양 교수는 "서류상으로는 인지 교습 시간이 3시간 미만일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그 이상했는지 또는 그 이하로 했는지 계속 붙어있지 않는 한 어렵다"며 "과외 같은 경우 특별한 공간이 마련된 것이 아니라 더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극단적 조기 사교육을 인권침해로 규정한 만큼 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8월 극단적인 조기 사교육을 아동학대로 판단하고, 교육부 장관에게 비정상적 조기 사교육 해소와 모든 아동의 건강권·발달권 보장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구 소장은 "국가가 인권침해라고 규정한 요인들에 대해 규제할 때는 규제 방안이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며 "인지 교습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수강·교습 관련 상담 및 설명 단계에서의 과대·허위광고를 막기 위해 신고 포상금을 올리고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단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고 있다.
구 소장은 "처벌 조항을 강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있다라고 보인다"면서도 "의지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나, 제도의 운영을 위한 안정성 측면을 계속 담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는 물음표"라고 전했다.
양 교수도 "시도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중앙에 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신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처리할 공무원들이 있어야 한다"며 "과대·허위광고 관련 신고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형적인 조기 사교육을 해소하기 위해 통합적·중장기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양 교수는 "유아 사교육과 관련된 문제들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정책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의 정책 중점 연구소라든지 이런 것들을 좀 신설하는 게 필요하다"며 "대학에는 대학생이 많기 때문에 학파라치(학원가에서 활동하는 전문 신고자) 운영도 어렵지 않다.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관련 내용을 꾸준히 파악해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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