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소비량 등에 美 국민들 "삶의 질 저해마라" 반대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 두고 예산안 공방
"쉽게 지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 끝났다…재조정될 듯"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막대한 투자금을 퍼붓는 가운데, 미국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속도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각지의 도시계획위원회, 지방의회는 데이터센터의 엄청난 전력 소비량 등을 문제 삼아 인허가를 거부하거나 세금 감면 혜택을 철회하고 있다.
AI 안전 컨설팅 기업 10a LAbs 연구원 미겔 빌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조직적인 반대로 중단·지연된 프로젝트는 공개된 기준으로 최소 48개, 1560억 달러(235조여원) 규모에 달한다. 빌라는 "이러한 반대가 입법 장벽까지 확대돼 데이터센터 부지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선택지들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데이터센터 공사가 누군가의 집, 등하교길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고, 데이터센터는 대형 창고와 다르게 전력망, 용수 등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며 "추가 시설에 대한 여러 종류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미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막아내는 데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지역 가운데 가장 반대가 거센 곳은 데이터센터 분야 초기 선두 주자인 버지니아주에서 나타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 폐지 여부를 두고 예산안 확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세제 혜택은 2025년 회계연도에 최소 16억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버지니아 피드몬트 환경 협의회 회장 크리스 밀러는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주 전역에서 좌절감, 불만이 커지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의 기본 정치 철학, 즉 우리는 '우리 지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과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반대 운동이 풀뿌리 수준이고 파편화 돼 있으나, 정보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 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대학교·비영리단체들도 데이터센터가 소음, 용수, 공기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 자료를 쏟아내면서, 더 이상 개발 업체가 조용히 승인을 받고 최종 고객이 누구인지 숨기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JLL의 데이터센터 사업부 공동 대표 앤디 크벤그로스도 일리노이주의 새로운 생체 인식 프라이버시법과 세제 혜택 중단 조치로, 해당 주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 4개가 수포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는 "항의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교육 수준이 더 높아졌다"며 지역 사회에 고액 기부했던 업체들의 프로젝트도 여럿 취소됐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데이터센터의 건설 속도가 빠르고 장비 구매도 이어지며, 데이터센터가 저항이 적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NYT는 위스콘신·오리건·미시간주에서 밀려난 데이터센터들이 가용 토지가 많고, 전력이 충분하고, 정치인들이 더 우호적이고, 인구 밀도가 비교적 낮은 텍사스·뉴멕시코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 스탠리의 매니징 디렉터 토드 카스타뇨는 "쉽게 구축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는 이미 상당 부분 완공돼서 이제는 조금씩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시장 관점에서 보면 기대 가치가 재설정되지는 않더라도, 단기간에 수조 달러를 투자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맞춰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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