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문의 기억 그림으로…홍성담 독일 유배 작품 35년 귀환 기념전

기사등록 2026/03/23 17:35:53

민주화운동기념관서 24일 개막

홍성담. <욕조-어머니 고향의 푸른바다가 보여요 2> 2016, 캔버스에 아크릴, 194×130cm. 1989년, 홍성담 작가가 안기부에 체포된 후 남산 안기부 지하 조사실에서 물고문 당한 기억을 그린 그림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물속에 잠긴 얼굴, 뒤틀린 몸.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이미지로 남았다.

민중미술 1세대 작가 홍성담의 초기 희귀 판화와 미공개 사료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홍성담 특별전을 개최한다.

전시는 1989년 작가가 국가안전기획부에 불법 연행돼 투옥된 이후, 그의 석방을 위한 국제적 구명운동 과정에서 독일로 반출됐던 판화들이 3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처음 공개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동세상 2> 1986, 고무판화, 68×80cm. 1980년대 제작된 오월 판화 연작. 작가의 투옥 중 후배들이 원판을 직접 찍어 제작했으며, 1990년 독일 구명운동 전시를 위해 반출되었다가 3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문제의식을 반영한 신작까지 포함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독일 귀환 판화, 집단 창작 신작,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회화, 미공개 서신과 기록물 등 총 50여 점이 공개된다.

앞선 부산·울산 전시가 작품의 귀환을 알리는 자리였다면, 이번 전시는 신작 1점과 미공개 독일 교류 서신 등 아카이브를 보강해 기획의 밀도를 높인 ‘완결판’ 성격을 띤다. 홍성담과 ‘생명평화미술행동’ 예술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과 국가폭력’을 주제로 공동 제작한 회화 신작도 처음 공개된다.

전시가 열리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은 과거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공간이다. 탄압을 피해 독일로 떠났던 판화들이 35년 만에 이곳으로 돌아와 전시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35년 만에 남영동으로 돌아온 홍성담의 판화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역사의 증언”이라며 “국가폭력의 현장이었던 이곳에서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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