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자르 발레 로잔(BBL) 예술감독 서면 인터뷰
15년 만에 내한공연…내달 23~26일 '볼레로' '불새' 등
마린스키 김기민 출연…BBL 소속 이민경 첫 고국 무대
줄리앙 파브로 베자르 발레 로잔(BBL) 예술감독의 정체성은 명확했다. 다음 달 23~26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1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둔 그는 23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BBL과 자신의 근간을 이룬 전설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의 유산을 무대에서 완벽히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BBL의 상징 '볼레로'…베자르 유산의 완벽한 구현
파브로 예술감독은 BBL을 상징하는 대표작 '볼레로'가 현재까지도 강한 울림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점차 고조되는 강렬함과 매혹적인 음악성 덕분에 관객들의 마음을 깊이 사로잡고 있다"며 "이 작품의 독창성은 모든 감정을 반복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움직임에 응축시켜 무대를 생동감 넘치는 흐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은 베자르의 유산을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며 "단순한 개념을 무대 위 마법으로 승화해 관객과 깊이 교감하고, 신체와 음악이 하나의 보편적인 언어로 어우러지는 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볼레로'는 20세기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 출신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대표작이다. 1987년 BBL을 설립한 베자르는 '볼레로', '불새' 등 260편 이상의 명작을 남겼으며, 고전 발레의 틀을 깨고 관능미, 강렬한 에너지, 철학적 주제를 융합해 현대 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뒷줄 군무에서 예술감독으로…"베자르의 유산 계승"
파브로 예술감독은 7~8세에 무용을 시작해 16세에 로잔에 있는 루드라 베자르 발레 학교에 입학했고, 1년 뒤 베자르에게 발탁된 '베자르의 적통'이다.
파브로 예술감독은 인터뷰 내내 본인의 개인적 성취보다 베자르의 유산과 BBL의 철학에 무게를 뒀다.
그는 베자르에 대해 "스승이자 아버지, 그리고 크리에이터"라며 "오늘날 저를 포함한 BBL의 무용수들은 베자르가 창조해 낸 존재이자 자식이며, 그의 제자다. 때로 매우 엄격하고 가혹할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깊은 인간미를 지녔다"고 떠올렸다.
이어 "스스로를 그의 제자라고 여기며, 그분에게서 배운 모든 것이 여전히 제 예술적 방향을 이끌어 주고 있다"며 "그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시간과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이고 인간적이며 감성적인 무용 형식을 창조해 내는 능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한 오늘날 BBL의 행보에 대해서도 "베자르의 작품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그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물을 접목해 무용단이 활력을 잃지 않고 현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민·이민경 출연…아시아 초연작도 선봬
실제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베자르의 대표작 '볼레로', '불새'와 함께 아시아 초연작 두 편을 무대에 올린다. 발렌티나 투르쿠가 안무한 '햄릿', 요스트 브라우엔라에츠의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를 통해 베자르의 유산과 현대 예술가들의 목소리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파브로 예술감독은 "볼레로에서 테이블 위에 서는 '라 멜로디' 역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힘든 역할이다. 이는 뛰어난 체력, 끊임없는 정확성, 곡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전체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며 "기민 씨는 이 역할을 위해 자신을 무서우리만치 몰입시켰고, 그 여정을 곁에서 도울 수 있어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다"고 치켜세웠다.
'햄릿'에는 BBL 소속 한국인 무용수 이민경이 오펠리아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학생이 아닌 전문 무용수로서 처음 고국 무대에 서는 이민경은 "서사와 캐릭터가 분명한 역할을 무용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굉장히 도전적이면서도 흥미로웠다"며 "각 인물과 마주할 때마다 달라지는 감정들을 몸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무용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파브로 감독의 발언에서는 BBL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는 베자르가 현재의 BBL을 본다면 어떤 반응일지에 대해 "무용단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그의 작품들이 새로운 창작 작품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새로운 세대의 무용수들이 열정과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소화해내는 모습을 본다면 말이다. 그의 정신과 유산은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