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의 터널을 지나 랑의 바다로…방탄소년단, 건너온 고개 'BTS: 더 리턴'

기사등록 2026/03/23 16:27:37

넷플릭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 'BTS: 더 리턴' 리뷰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6.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화의 끝은 대개 승전보를 울리며 성벽 안으로 입성하는 영웅의 뒷모습으로 갈무리되곤 한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그 함성이 잦아든 뒤, 갑옷을 벗고 마주한 거울 앞에서 시작된다.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년9개월 만에 정규 5집 '아리랑'을 발매하는 과정을 다룬 넷플릭스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BTS: THE RETURN)'은 바로 그 지점, 찬란한 금빛 영광의 이면에 가려진 '복귀의 진통'을 지독하리만큼 정직하게 응시한다.

유구한 기다림 끝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태양 아래 다시 모인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들이 마주한 것은, 관성적인 환호가 아니라 "우리는 여전히 우리일 수 있는가"라는 서늘한 실존적 질문이었다.

◆부재를 견딘 자들의 윤리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6.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바오 응우옌 감독은 이들의 공백을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의 현대적 변주로 읽어낸다. 군 복무라는 물리적 단절을 거대한 항해로, 그 부재를 견디며 자리를 지킨 아미(ARMY)를 페넬로페의 기다림으로 명명한 지점은 이 다큐멘터리의 철학적 뼈대를 이룬다.

카메라는 삼각대 위에 고정된 채 이들의 내밀한 공기를 '엿듣는' 듯한 거리를 유지한다. 이는 대상에 함부로 감정이입 하지 않으려는 기록자의 절제이자, 아티스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미학적 배려다.

특히 멤버들이 직접 든 캠코더의 거친 입자는 매끄럽게 가공된 팝스타의 환영을 지워내고, '가족'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관계의 질감을 복원해낸다. 이들에게 복귀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무상함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단 하나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6.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아리랑', 슬픔을 건너온 어른의 문법

이번 여정의 중심에는 새 앨범 '아리랑'이 놓여 있다. 1896년 채록된 민요의 원형적 숨결을 현대적 감각으로 길어 올린 이 앨범은, 단순히 전통의 계승에 머물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아리(아리따운)'를 지나 비로소 도달한 '랑(사랑)'의 결합이다. '다이너마이트'가 발산했던 무중력의 경쾌함을 넘어, 이제 이들은 아리랑 선율이 녹아든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로 부딪히며 생의 하중을 견뎌내는 성숙한 '어른의 농도'를 지향한다. "어디까지 갈래? 변할래? 나아갈 거야?"(RM)라는 자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갱신하려는 구도자의 고백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6.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BTS 2.0', 투명한 진실이라는 이름의 전위

김현정 빅히트 뮤직 VP가 명명한 'BTS 2.0'의 정체성은 '무방비한 진실함'에 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투박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아이돌이라는 고착화된 형식을 파괴하는 일종의 전위적 선언이다.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아리랑이다"라는 외침은 외부의 기대라는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기 결정권을 확보한 주체들의 독립 선언문과도 같다.

다큐멘터리 속 수영장의 물결이 일렁이는 '스윔(Swim)' 시퀀스는 이들의 현재를 시각화한 압권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이들은 고정된 유산(Legacy)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동하는 역사(Legacy in Motion)로서 존재한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장편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 (사진 = 넷플릭스 제공) 2026.03.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길을 묻는 법

작품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한 가지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왜 우리는 타인의 삶을 기록한 영상에 이토록 몰입하는가. 타인의 삶을 빌려 나의 진실을 대면하게 하듯, 'BTS: 더 리턴' 역시 우리에게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가공된 허구가 아닌, 지독하게 현실적인 이들의 분투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

결국 이 작품은 10년 뒤의 자신들에게 혹은 우리에게 보내는 '애정 어린 타임캡슐'이다. 12년을 함께 표류하고 항해한 이들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공백을 채우는 유기체가 됐다. 2014년 미국 진출 시도 초창기 모습을 담은 엠넷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 시절 영상을 보며 함께 보며 깔깔 웃는 것처럼.

'BTS: 더 리턴'은 다시 왕관을 쓰는 승전가가 아니라, 그 왕관의 무게를 나누어 짊어지는 법을 배운 일곱 청년의 고통스러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연대기다. "당연하게 돌아올 곳으로 돌아왔다"는 그들의 마침표는, 우리 모두가 새로 써 내려갈 문장을 위한 가장 눈부신 쉼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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