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8시 광화문광장 공연
관객 2만2000명 포함 26만명 운집 예상
넷플릭스 190개국 생중계…韓 이벤트 최초
'라이브 이벤트의 제왕' 해미시 해밀턴 연출
아미밤의 보랏빛 물결…新 희망의 문법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광장은 단순한 지리적 좌표를 넘어 K-팝의 거대한 '정전(正典)'이 다시 쓰이는 역사적 장소가 된다. 글로벌 슈퍼그룹 '방탄소년단'(BTS)이 3년9개월의 긴 침묵을 깨고, 100년 만에 복귀한 광화문 월대(月臺) 위에서 '왕의 귀환'을 선언한다.
◆'라이브의 제왕' 해밀턴이 설계한 '시간의 연속성'
이번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연출은 '라이브 이벤트의 제왕'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이 맡았다. 그는 아티스트가 가진 서사의 '이면(裏面)'을 무대라는 물리적 공간에 구현해내는 데 탁월한 연출가다.
해밀턴은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나열하지 않는다. 지난해 미국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켄드릭 라마와 함께 미국 사회의 균열을 시각화했던 그는, 이번 방탄소년단의 무대에서 600년 역사의 경복궁과 현대적 광장을 잇는 '시간의 연속성'에 집중한다.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서 라틴 팝 슈퍼스타 배드 버니의 무대에서 사탕수수밭을 세워 '뿌리'를 이야기했듯,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경복궁을 배경이 아닌 무대의 역동적인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다.
◆'액자'를 깨고 '문(門)'을 열다
특히 한국 고유의 공간인 '대청마루'에서 영감을 받아, 남산을 배경으로 삼는 국립중앙박물관 '열린 마당'처럼 북악산의 능선을 무대 디자인의 핵심 요소로 끌어들였다. 인위적인 세트를 최소화하고 역사적 현장의 공기를 그대로 호흡하는 '광장의 미학'을 극대화한 결과다.
◆'왕의 길'을 걷는 일곱 멤버…전통과 현대의 공명
방탄소년단의 예상 동선은 이번 공연의 가장 상징적인 대목이다. 멤버들은 복원된 월대에서 시작해 세종대왕 동상을 지나 광장 한복판으로 이동한다. 일각에서는 근정문과 흥례문을 지나는 장엄한 '왕의 길' 오프닝도 예상하고 있다. 객석은 광화문 삼거리에서 시청역에 이르는 약 1.2㎞ 구간을 세밀하게 분할해 배치한다. 무대 앞엔 '아리랑' 예약 구매자 중 추첨으로 뽑힌 스탠딩석이 그 뒤론 지정석이 채워지고 이후엔 일자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바로 앞 무대의 분위기를 실감할 또 다른 스탠딩석이 만들어진다.
무대 위에는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와 더불어 50인의 댄서, 13인의 아리랑 국악단이 합류해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1시간 동안 이어질 세트리스트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으나, '다이너마이트' '버터' '라이프 고즈 온' 등 빌보드 1위 곡들의 계보를 잇는 타이틀곡 '스윔(SWIM)'과 팬들 사이에서 피날레 곡으로 점쳐지는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디 투 보디'는 한국 민요 '아리랑'의 선율을 녹여낸 팝 랩 장르로, 후반부의 전통 타악과 합창이 어우러지며 한국적 슬픔(恨)을 보편적인 환희로 승화시켜서 마지막 곡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소우주', 봄날을 맞이한 만큼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봄날'도 주요 후보곡이다.
광화문은 과거 수많은 시민이 평화적 연대를 증명했던 '촛불의 기억'이 층층이 쌓인 공간이다. 이날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아미밤(Army Bomb)의 보랏빛 물결이다. 과거의 촛불이 시민 주체성의 상징이었다면, 오늘의 보랏빛은 분열과 갈등의 시대에 던지는 '희망의 문법'이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한국 이벤트 사상 최초로 라이브 단독 공연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것은 이들의 '콘텐츠 권력'을 입증한다. 해당 플랫폼이 음악 라이브 공연을 글로벌 규모로 생중계하는 것도 처음이다.
2003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 폴 매카트니가 로마 콜로세움에서 선보였던 광장의 울림처럼, '21세기 비틀스' 방탄소년단의 이번 무대는 전 세계 190개국 수천만 명에게 음악으로 결속되는 공시적 체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관객 2만2000명을 비롯 약 26만 명의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광화문은 이제 권력이 아닌 대중문화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살아있는 극장'이 된다. 방탄소년단이 내달 경기 고양에서 시작할 34개 지역, 82회 규모의 월드투어. 그 거대한 여정의 시작은 결국 광화문이다. 이들이 새롭게 여는 방탄소년단 챕터 2.0은 -팝이 찰나의 유행을 넘어 하나의 단단한 '역사'로 자리 잡았음을 알리는 고결한 신호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