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주도주 전망 유효…유가·방산도 주목
금 전망 엇갈려…"안전자산 매력" vs "약세 지속"
"자산 성격 감안해 리스크 관리"…유동성 확보 조언도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환율·고유가와 맞물리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고환율 여파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자산별 성격을 감안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0.4원 내린 1500.6원(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마무리됐다. 환율은 지난 19일부터 종가 기준 이틀 연속 1500원대를 상회하며 마감했다. 환율이 1500원을 웃돈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힌다. 원화 약세가 심화하면서 원화 자산의 매력도가 급감하자 외국인을 중심으로 기존에 보유했던 국내 주식을 매도하려는 압력이 커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원유와 같은 에너지 수입 부담이 확대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도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자산별 성격을 감안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증시의 경우 현 시점에서 무리한 비중 확대보다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반도체 등 주도주의 이익 전망은 유효하지만, 전쟁과 같은 대외 변수가 상수로 자리 잡은 만큼 리스크 관리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업종별로 달리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은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는 1분기 실적 개선 효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재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는 에너지 섹터와 전쟁 리스크에 따른 방산주의 단기 강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외화 부채 부담이 큰 항공업은 재무 부담이 가중되며 고전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과 같이 불확실성이 크고 업종별 양상이 다른 장세에서는 자본 지출의 수혜를 받는 반도체나 전력 관련 인프라 등을 우선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유가에 노출된 기업이나 방산 등 업종을 추가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는 금과 같은 귀금속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금값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이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 선물 가격은 4570달러선까지 내리며 불과 일주일 만에 9% 이상 급락했다. 이는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주간 하락폭이다.
전문가들은 전시와 같은 위기 시 급등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금값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금값 조정이 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결과이기에 단기 노이즈에 불과하고, 장기적인 투자 관점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들어 금이 안전자산의 성격에서 벗어나 유동성에 반응하는 커머디티(Commodity·원자재) 성격으로 변모한 만큼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의견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산재한 상황에서는 전통자산이 유의미하다는 생각"이라며 "대규모 자금이 금과 비교되는 가상자산 분야에 유입되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 만큼 금에 대한 안정성이 보다 매력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의 경우 전쟁 이후 금과 대조되며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쟁 직후 1억원대를 이탈하며 9200만원선까지 밀렸다가 최근 1억원대 초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달러 기준으로는 6만8000만달러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 정의하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 제도권 편입을 위한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지만 변동성 큰 자산 특성을 감안해 거시 경제 상황을 살펴가며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현시점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통한 대응이 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 무리한 투자보다는 연 4% 안팎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단기 파킹계좌나 자산관리계좌(CMA)에 자금을 대기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많이 오르면서 이익을 실현한 경우 이를 확정하고 배당주나 장기 채권과 같이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기에 경기 전망을 반영하며 안전자산을 늘려가는 측면의 투자 방식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