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일하던 유치원 교사 사망…"직무상 재해 인정해야"

기사등록 2026/03/20 15:49:47 최종수정 2026/03/20 15:53:01

경기 부천 유치원 교사 합병증으로 사망

"열악한 노동 환경이 낳은 직무상 재해"

"철저한 진상조사·보결 전담교사제 도입"

[홍성=뉴시스] 충남교육청, 디지털 기반 시범유치원 운영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경기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도 근무를 이어가다 사망하자 교원단체들이 철저한 진상조사와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고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근무하다가 끝내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교원단체는 애도를 표명하며 이번 사망 사건은 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고인은 숨조차 쉬기 힘든 통증 속에서도 학기 말 유치원 행사의 압박과 대체 인력 하나 없는 고립된 현장을 지켜야만 했다"며 "이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낳은 명백한 '직무상 재해'"라고 비판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학사 운영과 행정업무가 동시에 요구되는 구조에서 교사 한 명의 공백은 곧 교육 공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아픈 상황에서도 출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코 개인의 판단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제도가 방치해 온 '쉴 수 없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라고 규탄했다.

유치원이 초·중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도적 관심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유치원교사노조)은 "유치원은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초·중등학교와 달리 교원 보호 및 지원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며 "병가·연가 사용 시 즉각적인 대체 인력 투입 시스템 부재, 소규모·병설유치원의 구조적 인력 취약, 교사 1인이 교육·행정·안전·돌봄을 동시에 수행하는 과중한 업무,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의 한계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결국 교사의 건강권을 넘어 생명권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사망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며 직무상 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원교사노조는 "부천 유치원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조사를 요구한다"며 "유치원 교원 근무환경 전반에 대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및 특별감독 실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교사노조는 "업무상 재해로의 인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의 노동 현실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대체 인력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도 요구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모든 학교급이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특히 유치원은 규모가 작음에 따라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그 공백을 메울 인력을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며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보결교사 인력풀을 상시 구축·운영하는 한편, 보결 전담교사제를 전면 도입하여 대체인력풀의 운영 실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교조는 "유아교육을 더 이상 사적 영역의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립유치원이 개인 사업장처럼 운영되는 한 교사의 권리는 원장의 자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공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교사의 노동권이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인화 전환 등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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