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치추적 잠정조치' 기준 허점이 남양주 참변 키웠다

기사등록 2026/03/16 18:26:28 최종수정 2026/03/16 18:29:57

스토킹 3-2호 판단 기준 담긴 수사 매뉴얼 존재

현장선 "수사관이 중하다 싶을 때 판단"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국가수사본부 2024.06.1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 피해자가 습격 직후 스마트워치를 눌렀지만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가해자 접근 시 자동 경보를 울리는 '잠정조치 3-2호'가 신청됐다면 막을 수 있었지만 경찰은 이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스토킹 수사 잠정조치 매뉴얼에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수사관 재량에 맡겨진 모호한 신청 기준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보호 조치를 취했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는 잠정조치 3-2호는 법원에 신청하지 않았다.

경찰의 잠정조치는 1호(접근금지)·2호(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3호(유치장 또는 의료기관 유치)·3-2호(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4호(유치장 구금) 순으로 강도가 높아진다. 3-2호는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해 행동반경을 실시간 추적하는 조치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면 피해자 휴대전화에 자동으로 알림과 위치정보가 전송되고 관제센터·경찰 등 관계기관에도 경보가 울린다. 피해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A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이미 전자발찌를 착용 중이었다. 그러나 이 발찌는 이번 스토킹 피해자와 연동되지 않아 A씨가 피해자에게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경보가 울리지 않는 상태였다. 3-2호가 신청됐다면 기존 전자발찌에 이번 피해자 연동 기능이 추가돼 A씨 접근 즉시 자동 경보가 발령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는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고 습격 직후 버튼을 직접 눌러 구조를 요청했지만 끝내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 스마트워치는 피해자가 직접 눌러야만 신호가 가는 방식이라 이미 범행이 시작된 뒤에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될 수밖에 없다. 3-2호가 신청됐다면 A씨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순간 자동으로 경보가 울려 경찰이 선제 대응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인 것이다.

문제는 3-2호 신청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3-2호나 4호를 신청할 때 수사관이 중하다고 생각할 때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4호 유치와 구속영장 신청을 우선 검토하는 과정에서 3-2호 신청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3호의2를 신청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시인했다.

다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는 3-2호 신청을 위한 별도 매뉴얼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스토킹 수사 매뉴얼에는 3-2호 신청 판단 기준으로 지속·반복성, 선행조치 위반 여부, 행위자·피해자 관계, 스토킹 행위자 요인 등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경찰청은 지난해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3-2호·4호 유치·구속영장을 원칙적으로 동시 신청하도록 지침도 강화했으나 이번 사건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논란이 지속되자 결국 경찰청은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당국의 부실 대응을 질타하며 책임자 감찰 및 엄중 조치를 지시했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즉시 감찰조사에 착수했다"며 "전반적인 사건처리 과정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관련뉴스